칼럼

머리카락으로 죽음을 붙잡는 사람들

머리카락으로 죽음을 붙잡는 사람들

: 머리카락으로 애도하기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우리는 그 흔적을 어떤 형태로 곁에 두어야 할까요? 최근 유골을 고온 고압으로 압축해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드는 방식이 등장했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존재가 돌이라는 무기질로 박제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탐미적인 답변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애도용 보석(Mourning Jewelry)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고인의 머리카락을 직조하거나 유리막 안에 넣어 장신구를 만든 뒤 간직했습니다. 애도용 장신구는 1600년대부터 존재하던 풍습이었지만, 1800년대에 빅토리아 여왕이 알버트 공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 장신구를 착용하면서 하나의 문화적 흐름이 되었죠.

머리카락은 시간을 보존합니다. 생전의 색과 결 그리고 DNA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채 화석처럼 남아있죠.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해가지만, 이 가느다란 섬유만이 변치 않고 곁을 지켜줍니다. 그리고 이 연약하지만 강인한 연결 고리는 그리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만질 수 있는 실체로 만들며 죽음이라는 단절을 착용 가능한 기억으로 치환합니다.

이처럼 신체의 파편을 통해 부재를 증명하던 고전적인 애도 방식은 한 현대 미술가의 작업에서 거대한 생명력으로 계승됩니다. 아이슬란드 출신 아티스트 #숍리프터(@shoplifterart)는 과거의 장신구가 슬픔을 작은 프레임 안에 보존했던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작가는 애도 장신구에서 영감을 얻어 머리카락을 단순한 신체의 흔적이 아닌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능동적인 물질로 바라보죠.

작가는 애도에서 출발했을지라도 슬픔에 머무르지는 않는데요. 과거의 장신구는 개인의 내밀한 슬픔과 그리움을 손 안에 간직했다면, 그녀는 머리카락을 공간 전체로 확장합니다. 관람객들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들 사이로 걷게 되죠. 형체는 사라져도 그 사람이 가졌던 고유한 결은 남는다는 사실을 작가는 머리카락의 덩어리들로 증명합니다.

작가는 느와 케이 니노미야26FW(Noir Kei Ninomiya26FW) 컬렉션에서도 보여주듯, 실제와 인공 머리카락을 엮고 쌓아 올려 이를 하나의 원단처럼 다룬 오브제로 탄생시킵니다. 머리카락은 신체 일부를 넘어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구조체가 되는 것이죠. 이러한 접근은 과거 애도용 보석이 가졌던 기록의 의미를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완성한 결과입니다.

결국 머리카락이라는 실타래를 통해 슬픔의 결을 헤아리는 일. 그 유기적인 화석을 지니는 순간, 죽음은 형태를 바꾼 채 곁에 머무르게 됩니다.

Editor. 이현정
Image. Historic New England, ShopLifter, Elise Toïdé

#모닝주얼리 #MourningJewelry #ShopLifter #NoirKeiNinomiya2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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