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술계 문제아 조던 울프슨, 프라다를 침범하다
가장 우아한 브랜드가 선택한 폭력의 작가
: 미술계 문제아 조던 울프슨, 프라다를 침범하다
”나는…“이라고 시작했다가 말문이 막힌 적 있나요. 소개팅 자리에서, 새 프로필을 채울 때, 혹은 오랜 친구 앞에서도 불쑥 그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로 꺼내려 하면 어떤 단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는 그 이상한 공백. #프라다(@prada)의 2026 S/S 캠페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프라다(Prada) 2026 봄/여름 캠페인 — 조던 울프슨 협업 "I, I, I, I, am… Prada"
흰 벽 앞에 선 모델과 배우들은 ”I, I, I, I, am…“까지만 말하고 멈춥니다. 마지막 한 단어, ’Prada‘는 끝내 발화되지 않죠. 프라다는 이 공백을 ”선언이자 제안이며, 의도적으로 미완인 상태로 남겨진 문장“이라고 설명합니다. 브랜드 이름이 빠진 자리에는 질문이 들어섭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말할 때 얼마나 많은 이미지와 브랜드의 언어에 기대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걷어냈을 때, 과연 무엇이 남는가.
그 공백을 채우러 온 것이 #조던울프슨(Jordan Wolfson)의 괴물들입니다. 캠페인 영상의 마지막 장면, 캐리 멀리건의 어깨 위로 커다란 분홍빛 새가 조용히 손을 얹습니다. 멀리건은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담담하게 말합니다. ”I, I, I, I, am….“ 새는 그녀의 머리 위에도 손을 얹습니다. 말하는 입은 인간의 것이지만, 닿아오는 손은 인간 바깥의 형상에 속합니다. 이 미묘한 분리가 캠페인 전체를 관통하는 감각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나와, 내 뒤에서 언제나 따라다니는 또 다른 나. 울프슨의 괴물들은 외부의 침입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구성된 주체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알터 에고입니다.
프라다(Prada) 2026 봄/여름 캠페인 — 조던 울프슨 협업 "I, I, I, I, am… Prada"
2017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관객을 1인칭 폭력의 목격자로 세운 VR 작품 <Real Violence>로 아트 월드를 뒤흔든 울프슨이, 이번엔 럭셔리 브랜드의 표면 위에 ’조용한 불편함‘을 올려놓습니다. 노출된 피와 물리적 파괴 대신, 잘 차려입은 몸 곁에 달라붙어 절대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 프라다는 이 협업을 통해 소비자를 이상화된 미의 주체가 아닌, 복수의 자아가 공존하는 모순적 존재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인스타그램과 숏폼, 셀피로 끊임없이 ’보여지는 나‘를 관리하는 시대에, ”나는…“ 뒤에 붙일 말은 넘쳐나는데 정작 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울프슨의 괴물들은 그 빈칸에 이름 없이 서서,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뒤를 따라다닙니다.
SOURCE. 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