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계는 왜 제주 해녀에 매료되었을까

제주 해녀, 우리에겐 제주 바닷가에서 흔히 보던 평범한 할머니들인데 해외에선 왜 이들의 존재에 매료되는 걸까요?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첨단 장비로 자연을 다루고, 남보다 더 많이 채취해 이윤을 남기는 게 당연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해녀는 정반대로 움직이죠. 산소통 하나 없이 오직 자기 숨이 허락하는 만큼만 바다에 들어가고, 바다가 고갈되지 않게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채취 날짜와 구역을 정해 바다를 지킵니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자기 숨만큼만 버텨내는 이들의 삶은, 해외 창작자들에게 가장 낯설고도 매혹적인 예술적 영감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OTT 애플TV+에서 여성 운동가 #말랄라유사프자이(@malala)가 참여한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The Last of the Sea Women)》은 기후 변화와 바다 오염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터전을 지켜나가는 해녀들의 삶을 전 세계에 선보입니다.
이 작품은 그들의 연대에 주목하는데요. 가부장적 사회의 그늘 아래서도 오롯이 자신의 노동으로 가정과 공동체를 주체적으로 일궈낸 여성들, 차가운 바닷속에서 서로가 살아 있는지 숨소리(숨비소리)로 확인하고, 물질이 끝난 뒤 불턱(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바닷가 돌담)에 둘러앉아 서럽고 고된 일상을 나누는 해녀들의 깊은 소속감에 주목합니다.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묶여 있는 이 끈끈한 공동체는 낯설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죠.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수중 사진가 #루시아노칸디사니(@lucianocandisani)는 제주 바다로 직접 뛰어듭니다. 그는 산소 장비 없이 해녀들을 따라 무호흡 상태로 물속에 들어가 그들의 물질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를 대형 사진집과 전시 《해녀, 바다의 여성들(Haenyeo, Mulheres do Mar)》로 선보여 예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거친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해녀들을 보며 “물속에서 그들은 젊었다. 각자가 오직 ‘채취’라는 작업에만 완벽히 몰두해 있었다”라고 기록합니다. 작품 속 해녀는 바다와 하나 되어 에너지를 뿜어내는 강인한 현장 노동자로 그려지죠.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남을 딛고 서거나 끝없이 자원을 갉아먹는 대신, 자기 숨의 크기를 정확히 알고 바다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해녀의 삶. 세상이 지치고 나서야 비로소 발견한 이들의 존재는 끝없는 속도전과 각자도생에 지친 오늘날, 우리에게도 내 숨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가장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Image. AppleTV+, @lucianocandisani
#해녀 #제주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