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영국의 조형, 일본의 건축 그리고 한국의 자연
영국의 조형, 일본의 건축 그리고 한국의 자연
: 강원도의 자연, 안도의 공간, 곰리의 조각이 만들어내는 호흡
영국 조각가 #안토니곰리(Antony Gormley, b.1950)의 작품이 일본 건축가 #안도타다오(Tadao Ando, b.1941)의 공간 안에 들어섰고, 그 만남이 강원도 산속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형, 일본의 건축, 한국의 자연, 이 서로 다른 세 감각이 어떻게 자연스레 하나의 숨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뮤지엄산(@museumsan_official)에서 열리고 있는 곰리의 개인전 《Drawing on Space》는 바로 그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1950년 런던에서 태어난 안토니 곰리는 현대 조각 흐름 속에서 늘 독자적인 궤도를 그려온 인물입니다. 그는 인체를 형상화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외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죠. 대신 ‘몸’이라는 물성을 빌려 존재, 공간, 감각, 그리고 사유를 탐색해 왔습니다.
안토니 곰리의 'Block works' 시리즈(좌), 'Liminal Field' 시리즈(우)
곰리의 조각은 재료와 형식 면에서 매우 다채롭습니다. 철근과 주철, 납과 유리, 때로는 섬세한 선들로 엮인 격자 구조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몸’을 빚어내죠. 그럼에도 곰리가 빚어낸 수많은 인물들이 이상하리만치 서로 닮아 있는데요. 모두가 우두커니 '공간’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형태로 수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인물들은 동작도 표정도 없지만, 그 고요함은 관객의 감각과 사유를 끌어들이는 중심점이 됩니다. 곰리에게 조각이란 ‘형태를 구현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어 감각을 일깨우는 행위‘입니다. 다양한 조형성이 결국 하나의 태도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시리즈가 아니라 긴 호흡의 명상처럼 이어져 온 것이죠.
(좌) 안도 타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협업 프로젝트 공간 'Ground'
(우) 돔 공간으로 설계된 뮤지엄 산의 '명상관'
’공간 한 편에 놓인 사람‘. 실체보다 공백을, 주체보다 여백을 인지하게 하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인지 동양 철학과 많이도 맞닿아 있는데요. 이는 곰리의 조형 세계가 불교의 선(禪)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지죠. 그의 조각은 무엇인가를 설명하지 않고 단지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고요한 몸들의 정적인 긴장이 주변 공기와 끊임없이 조응하며 우리의 실존을 조용히 흔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안도 타다오가 추구해 온 건축적 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는데요. 안도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균형 안에서 건축을 감각과 사유의 장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안도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빛과 바람, 물과 소리와 공명할 때 그 속에 ‘나‘가 새삼스레 다가오는 것이죠. 안도와 곰리의 창작은 바로 그런 지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뮤지엄산의 시그니처 작품,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와 뮤지엄 산 조감
그리고 이 모든 조율이 뮤지엄 산이라는 장소에서 마침내 하나로 수렴됩니다. 강원도의 수려한 자연, 안도의 공간, 곰리의 조각이 만들어내는 호흡 속에서 관람객은 어느덧 자신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가 되는데요. 그제야 비로소 공간과 조각,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고자 했던 사유의 시간이 조용히 피어오르게 됩니다.
《DRAWING ON SPACE》
∙ 안토니 곰리,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 2024.06.20 ~ 2025.11.30
∙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2길 260, 뮤지엄산
Editor. 전지은
Image. Museum SAN, New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