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유럽 주요 미술관들이 공동으로 큐레이션한 쿠사마 순회전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
유럽을 삼킨 동양 여성 예술가의 환영과 불안
: 유럽 주요 미술관들이 공동으로 큐레이션한 쿠사마 순회전
2025년 10월, 96세의 #쿠사마야요이가 유럽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스위스 리에엔의 #파운데이션바이엘러(@fondationbeyeler)를 필두로 독일 쾰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70년 예술 세계를 아우르는 이번 회고전은 13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그중 상당수가 유럽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순회전이 아닙니다. 유럽 주요 미술관들이 공동으로 큐레이션하고, 전시 기획부터 연출, 학술, 교육 프로그램까지 미술관 네트워크 내에서 체계적으로 공유하는 ’초국가적 합동 모델‘의 첫 사례죠. 쿠사마는 과거에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을 잇는 대규모 회고전 투어를 선보인 적 있지만, 이번처럼 여러 미술관이 처음부터 함께 설계한 방식은 전례가 없습니다.
(좌) 쿠사마 야요이, Narcissus Garden, 1966/2025 -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
(우) 쿠사마 야요이, Infinity Mirrored Room – Illusion Inside the Heart, 2025 -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
전시의 백미는 신작 'Infinity Mirrored Room – Illusion Inside the Heart(2025)'입니다. '심장 속의 환영'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이 작품은 관람자의 신체적·감정적 중심까지 예술적 환영이 침투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기존 인피니티 미러룸보다 구조적으로 복잡해진 이 공간은 다층적 거울과 조명, 반복적 오브제가 어우러져 내면과 외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죠. LED와 고반사율 거울이 만들어내는 빛과 색의 무한 반복 앞에서, 우리는 작품을 보는 동시에 작품의 일부가 됩니다.
큐레이터들이 강조한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무한성, 반복, 자기 소멸, 치유, 경계의 해체’. 쿠사마가 평생 겪어온 환영과 불안, 여성 예술가로서의 소외는 반복과 확장을 통해 인간 내면과 우주 사이의 경계를 해체합니다. 그녀는 평생 집요하게 반복해온 점, 넷, 오브제 설치를 통해 '자기 소멸'과 '통합'을 실천했죠. 이는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이자, 예술을 통한 실존적 해방의 몸짓이었으니까요.
(좌) Installation view «Yayoi Kusama», Fondation Beyeler, Riehen/Basel, 2025
(우) Inside view Yayoi Kusama, Infinity Mirrored Room – Illusion Inside the Heart, 2025
이번 전시는 미술사적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을 만듭니다. 신작과 미공개 초기작을 동시 공개하며 회고전이 단순한 과거 재현을 넘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예술가의 총합적 역사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죠. 특히 유럽 미술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던 동아시아 여성 미술가의 전체 예술 세계가, 세계적 맥락 속에서 공개적으로 재해석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Image. @fondationbeye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