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한강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
60만 명을 사로잡은 섬뜩하고 처연한 붉은 실
#시오타 치하루(@chiharushiota)가 실로 만든 풍경은 한 번 보면 폐부에 박히는 기분을 안깁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le_grand_palais)에서 열린 시오타 치하루의 《영혼이 떨린다(The Soul Trembles)》 전은 앞서 해당 작가의 전시로 6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은 도쿄모리미술관과의 협업으로 이뤄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었는데요. 그의 작품의 어떤 점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일까요.
(좌) 시오타 치하루 The Japan Festival at Royal Botanic Gardens, Kew 2021
(우) 시오타 치하루 Out of My Body, 2024
그녀의 작품은 삶의 연약함과 통제 불가능한 인생의 광막함을 느끼게 합니다. 작품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선명한 실선은 마치 죽음과 생이 스치는 순간을 현현하죠. 작가는 두 번이나 암 투병을 했는데요. 2005년 난소암 선고를 받은 그는 임신 6개월에 아이를 유산합니다. 이 같은 경험은 한강의 소설 「흰」에서 얻은 감명을 경유해 작품 ‘기억 속으로(In Memory)’를 탄생시킵니다. 흰 드레스 세 벌을 태운 배가 바다를 항해하는 작품으로, 넓게 흩뿌린 종이는 마음대로 붙들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기억처럼 우리 주위를 떠돕니다.
(좌) 시오타 치하루, Uncertain Journey, 2016
(우) 시오타 치하루, Everyone, a Universe, 2024
12년 뒤 다시 암을 겪게 된 작가는 곁에 있는 9살 된 딸을 걱정합니다. 고통의 현장이 된 자신의 몸은 어린 생명을 걱정하는 작가의 영혼과 분리된 것만 같았는데요. 이런 감각은 ‘Out of My Body’에서 청동으로 본뜬 인체 조각과 공중에 산발적으로 늘어진 그물 형태의 붉은 소가죽으로 표현됩니다. 이제 작가는 죽음을 소멸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지속으로 여깁니다. 그가 앞서 죽은 아이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릴 때처럼요. 그의 작품에는 완전한 이별 대신 한 번 만나면 결코 지울 수 없는 무수한 교차가 자리합니다.
(좌) 시오타 치하루, Signs of Life, 2023
(우) 시오타 치하루, His Chair, 2005
전시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작품은 돔 천장 아래에 매달려 영험함을 발산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Are We Going?)’인데요. 철로 만든 흰 보트는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검은 실에 포획된 느낌도 동시에 줍니다. 길게는 작품당 몇 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사는 논리로 환원할 수 없는 인생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것만 같죠. 어딘가로 향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기억과 함께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안고 가는 우리. 그의 작품은 무수한 교차점 위에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저릿하게 상기시킵니다.
(좌) 시오타 치하루 In Silence, 2008
(우) 시오타 치하루, Silent Concert, 2024
Editor. 성민지
Image. Shiota Chiharu, Mori Art Museum, Ocu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