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한국적 멋을 향한 구본창 사진가와 서영희 디렉터의 패션화보
사진과 패션 두 거장의 만남
한 분야에서 획을 그은 거장은 동시대의 또 다른 분야의 거장과 만나 굵직한 결과물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서영희(@suhyounghee) 디렉터와 #구본창(@koobohnchang) 사진가의 만남이 그렇습니다. 해외 라이선스 패션지가 막 도입된 시절 #보그(@voguemagazine)의 전속 스타일리스트로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손끝에서 빚어낸 서영희와 상업사진과 예술을 막론하고 대상의 내면에 주목해 온 구본창. 한 사람은 옷, 한 사람은 사진에서 출발했지만 두 사람은 한국적 멋이라는 키워드로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죠.
보그 2002.12월 호에 실린 한국의 민속 가면극 가산 오광대 속 오트 쿠튀르 드레스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사진 구본창, 모델 장경란)
서영희 디렉터의 비주얼 디렉팅은 과단성을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화보에서는 100년이 넘은 패션하우스의 의상과 우리의 한복이 용도와 소재, 문화를 넘나들며 만납니다. 장독대 위에 목걸이가, 핑크빛 진주와 비즈를 성기게 엮인 드레스가 하이얀 노방 저고리를, 보타이와 한복 허리띠가 만나는 식이죠. 구본창 사진가의 사진은 어떨까요. 잘 알려진 ‘백자 시리즈’는 그의 상징적 작품으로, 사물과 배경이 온유하게 어우러집니다. 의도적으로 핀을 나가게 촬영한 사진은 사물의 분위기를 프레임 끝까지 퍼뜨리며 은은한 파장을 만들어내죠.
보그 2013.01월 호 패션 화보(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사진 구본창, 모델 이혜정)
그런 두 사람이 함께한 작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패션지와 리빙지, 브랜드 화보를 넘나듭니다. 민속가면극 가산오광대 속 오뜨꾸뛰르 드레스, 현무 그림을 배경으로 쉬폰 치마를 포말처럼 늘어뜨린 모델, 멜론색 한복의 동세가 느껴지는 옷감의 광택 등이 그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죠. 이들 화보에서는 나란한 모습이 쉬이 그려지지 않는 의상과 장식들이 대면합니다. 첨예한 대립이 강조될 법한 서영희 디렉터의 스타일링은 구본창 사진가의 조율로 온화하게 융화되죠. 동서양이 맞물리는 과감한 실험은 사물의 정서를 담는 시선을 거칩니다. 그렇게 태어난 화보에서는 오랜 발효를 거친 뒤 맑게 거른 청주처럼 핵심만 남긴 산뜻함이 느껴집니다.
(좌) 보그 2016.01월 호 패션 화보(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사진 구본창, 모델 수주)
(우) 보그 2016.05월 호 패션 화보(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사진 구본창, 모델 이지)
서양의 명품 브랜드와 500년 조선왕조의 복식을 버무린 서영희 디렉터의 도전정신과 사물 고유의 아름다움을 경청하는 구본창 사진가의 시선이 만나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듭니다. 예순을 넘은 나이에도 활발히 활동 중인 서영희 디렉터와 구본창 사진가. 관습적 접근과는 다른 그들만의 접근이 아이코닉한 세계를 빚어냈습니다.
Editor. 성민지
Image. @voguekorea @suhyounghee @koobohn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