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25년 만의 대규모 회고전《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트라우마를 조각하다. 부르주아의 70년 여정

: 25년 만의 대규모 회고전《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창백한 대리석 위에 거대한 청동 거미 한 마리가 처연히 버티고 섰습니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대표작 ‘마망(Maman)’이 쏟아내는 이 서글픔은 어쩌면 작가가 평생 품었던 트라우마의 형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좌) 루이즈 부르주아 「엄마(Maman)」1999, 호암미술관 설치
(우) 루이즈 부르주아 「Cell XXVI」 2003 (detail)



#호암미술관(@leeummuseumofart)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전시는 바로 그 상처와 치유의 흔적을 70여 년의 예술로 엮어낸 100세 예술가의 삶을 담고 있는데요. 루이즈 부르주아의 국내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그녀의 일생을 따라 흘러간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죠.


1940년대 초반, 본격적인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루이즈 부르주아는 사실 꽤 오랜 시간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역량의 문제를 넘어, ’여성‘ 예술가가 개인의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방식을 흔히 ‘비주류’로 치부하던 시대적 구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루이즈 부르주아의 부단한 걸음은 그 사적 영역을 한 사람의 기억에서 모두의 감정으로 번역해 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좌) 루이즈 부르주아 「나선형 여인」1984
(우) 루이즈 부르주아 「거미」1997



그녀의 ’밀실‘은 그저 여성으로서의 내면이 아니라 사회가 구축한 심리적 감옥이었고, ’알을 품은 거미‘는 모성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그 끝에는 어머니에게 강제된 육아와 헌신, 감정 노동의 구조를 상징하는 조형으로 자리 잡았죠.


“나는 여성이 아니라 예술가다. 다만 나의 재료가 ‘나 자신’일 뿐이다.”


그녀가 남긴 예술은 이번 《덧없고 영원한》 전시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의미로 구축됩니다. 전시는 한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기이자, 사적 경험이 사회적 공감대로 확장되는 과정을 안내하는 시각적 지도가 되고 있죠.




(좌) 루이즈 부르주아 「femme」2006
(우)루이즈 부르주아 「Spiral Woman」 2001



사적 감정이 공적 언어로, 이 변환의 궤적을 70년의 세월 속에서 추적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감정이라는 비물질적 요소가 어떻게 조형이 되고, 조형이 어떻게 다시 감정으로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줍니다. 부르주아는 결국 자신을 조각했고, 그 조각은 다시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는데요.


이 특별한 회고전에서 우리는 하나의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개인의 상처가 예술로 번역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남는다는 사실을요. 이번 전시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는 이유가 바로 그 지점인데요. 사라지는 감정이야말로 가장 오래 지속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부르주아의 증언이 조용히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 25년 만의 대규모 회고전

∙ 2025.08.30 – 01.04

∙ 호암미술관,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562번길 38


Editor. 전지은

Image. MoMA, 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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