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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조각하는 장인 이광구의 공작선

바람을 조각하는 장인 이광구의 공작선

: 기술이 대신하지 못한 장인의 세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완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며 심지어 이런 글조차 몇 초 만에 완성해 내죠. 흥미롭게도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되레 가장 느린 창작을 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손으로 빚은 도자기와 손으로 엮은 직물,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한 자루의 부채처럼 말입니다.

충청남도 무형유산 제21호 서천부채장 #이광구(b.1946) 장인이 만드는 공작선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참죽나무를 깎아 공작 머리를 조각하고, 깃을 연상시키는 선면(扇面)을 위해 수십 개의 살을 정교하게 맞춘 뒤 마감칠을 반복하죠.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수고스러움의 연속인데요. 하루에도 수천 대가 생산되는 요즘 냉방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고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을 다룸에 있어서도 그 품격과 미학을 잃지 않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산업화는 공작선을 더 이상 ’필요한 물건‘으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더 싸고 더 빠른 바람을 선택했고, 장인의 시간은 가성비라는 경쟁선 위에서 조금씩 균형을 잃어갔습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제품이 단종될 위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 한 문화가 써내려 온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가 지워지는 것이죠.


분명 공작선은 바람을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바람을 가장 ’아름답게 경험하는 도구‘일 수 있습니다. 매번 은은하게 다른 광택과 결, 세월과 함께 깊어지는 손끝의 흔적은 천편일률적으로 찍혀 나온 공산품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감각입니다. 그것은 기능보다 먼저 시간을 느끼게 하고, 쓰임보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데요. 완벽을 천착하는 장인의 고통 속에서 피어난 창작에는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광구의 공작선은 단순한 부채 한 자루가 아닙니다.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사람은 결국 편리함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드러내는 바람이죠. 공작선이 다시 주목받는 근원적인 이유 역시 그저 옛것에 대한 향수나 전통을 보존하자는 사명감 따위가 아닙니다. 완벽한 기술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비로소 무엇을 아름다움이라 여기는지 묻게 되었을 때, 잠시 가려졌던 장인의 근사한 세월이 다시 우리의 감각을 움직였을 뿐입니다.

Editor. 전지은
Source. @oddflat, @kachi.service

#서천부채장 #공작선 #공예 #무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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