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엘리베이터 문 닫히려는데 눈 마주쳐서 억지로 열어줌에 어울리는 작품

엘리베이터 문 닫히려는데 눈 마주쳐서 억지로 열어줌에 어울리는 작품

: 예술가들도 이 순간을 알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엘리베이터 안의 그 어색함. 문이 닫히려는 순간 달려오는 타인과 눈이 마주쳤고, 못 본 척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매너 있는 척 열림 버튼을 눌러줬지만, 문이 닫히고 나면 그 좁은 공간에 둘이 남습니다. 이후 서로 없는 사람인 듯, 핸드폰만 내려다보는 몇 초간의 적막이 이어지죠.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는 그 순간을 1944년에 이미 무대 위에 올렸습니다. 〈닫힌 방〉, 출구 없는 방에 갇힌 세 사람과 서로의 시선이 형벌이 되는 공간. ‘타인은 지옥이다’는 그 방에서 나온 문장입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그의 시선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죠.

#마그리트(René Magritte,1898-1967)의 〈인간의 조건〉에는 창문 앞에 놓인 캔버스가 있습니다. 캔버스 속 풍경이 뒤에 있는 실제 창밖 풍경과 완벽하게 이어져,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데요. 미소로 열림 버튼을 눌러준 나의 표정과 속으로 삼킨 마음이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홍콩의 빠른 일상 속 찰나를 슬로우모션으로 붙잡은 #왕가위 의 〈중경삼림〉은 스칠 듯 스치지 않는 사람들, 연결될 듯 끝내 연결되지 않는 관계가 보여집니다. #조지투커(George Tooker, 1920-2011)의 <The Subway>,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Nighthawks> 도 비슷한데요. 모두 같은 공간에 있지만 아무도 서로를 보지 않고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이 마주쳤지만 끝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각자의 층으로 흩어지는 것처럼요.

같은 작품 앞에서도 어떤 기억이 떠오르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 정해진 방식은 없습니다. 해설을 읽거나 미술사를 공부할 수도 있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쳤던 그 장면이 어떤 작품과 겹쳐 보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작품이 떠올랐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Image. 노리치 성 박물관, 휘트니미술관, 시카고미술관

추천 콘텐츠

아티스트

바람을 조각하는 장인 이광구의 공작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완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며 심지어 이런 글조차 몇 초 만에 완성해 내죠. 흥미롭게도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되레 가장 느린 창작을 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손으로 빚은 도자기와 손으로 엮은 직물,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한 자루의 부채처럼 말입니다.

아티스트

반 고흐가 감명 받은 히로시게의 빗줄기

연일 이어지는 장마로 눅눅한 공기를 마주하고 있으면, 문득 빗줄기의 리듬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려낸 한 화가 #우타가와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가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 그는 카메라 렌즈도 없던 시절에 대담한 선과 색채만으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의 물리적인 속도감과 그 속을 헤쳐가는 사람들의 생동감을 포착했습니다.

아티스트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허무는 A24의 독창적 세계관

혹시 영화를 고를 때 주연 배우보다 배급사 이름부터 확인해 본 적 있으신가요? 요즘 관객들은 #A24(@a24) 영화라면 일단 믿고 본다며 이들은 브랜드 자체의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관객을 스며들게 만들었던 A24만의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소개합니다.

아티스트

영화 포스터의 공식을
깨버린 디자이너 박시영

영화 포스터는 대중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 상업 예술입니다. 철저히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대중을 설득해야 하죠. 그렇기에 포스터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직관적인 매력을 지니는 동시에, 영화의 본질을 담아내는 깊이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아티스트

디올의 영감이 된 조각가 린다 벵글리스

#디올(@dior)의 FW 26/27 오트 쿠튀르 쇼 그리고 오는 9월 뉴욕 #페이스갤러리(@pacegallery)까지 주목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85세의 미국 조각가, #린다벵글리스(Lynda Benglis)입니다.

아티스트

바스 얀 아더의 가장 완벽한 추락

우리는 늘 상승의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비상의 순간은 끊임없이 기록되고 전시되지만, 하강과 실패의 흔적은 쉽게 지워집니다. 추락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집요하게 기록한 미술가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개념 미술가 #바스 얀 아더(Bas Jan Ader, 1942-1975)입니다.

아티스트

하루 한 팀에게만 허락되는 대지 미술

미국 뉴멕시코 서부 고원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40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이 솟아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듯 수직으로 솟은 이 작품은 #월터드마리아(Walter De Maria)의 <The Lightning Field>입니다.

아티스트

리만 머핀이 선택한 96년생 한국계 작가, 안나박

웃고 있지만 어딘가 비어 보이는 얼굴, 파편처럼 흩어진 신체, 화면을 가득 메운 회색빛 목탄. #안나박(@annaparkart)의 대형 드로잉 앞에 서면 묘한 긴장감이 맴돕니다. 익숙한 듯 낯선 이 장면들은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이미지의 이면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