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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가 감명 받은 히로시게의 빗줄기

반 고흐가 따라 그린 히로시게의 빗줄기

: 저마다 다르게 내리는 비의 모습을 찾아서

연일 이어지는 장마로 눅눅한 공기를 마주하고 있으면, 문득 빗줄기의 리듬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려낸 한 화가 #우타가와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가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 그는 카메라 렌즈도 없던 시절에 대담한 선과 색채만으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의 물리적인 속도감과 그 속을 헤쳐가는 사람들의 생동감을 포착했습니다.

당대 유럽의 서양화가들은 비를 그릴 때 대기 중의 안개나 흐릿한 분위기로 모호하게 표현하곤 했는데요. 반면 히로시게는 목판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날카로운 선들로 비의 방향성과 속도를 그려 넣었죠. 화면 가득 사선으로 내리꽂히는 날카로운 검은 선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세찬 빗소리를 귀에 들려주는 듯한 그의 대표작 <아타케의 갑작스러운 소나기>. 빗줄기가 겹쳐지며 만들어내는 레이어는 깊이감을 더하고, 강 건너 흐릿하게 실루엣만 남은 숲은 장마철 특유의 자욱한 물안개를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일본 목판화가 지닌 평면적인 그래픽 서정성은 서양 미술사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서양의 전통적인 명암법과 원근법에 답답함을 느끼던 빈센트 반 고흐에게, 목판화의 뚜렷한 색면과 윤곽선, 대담한 화면 구성은 매우 신선한 자극이 되었는데요. 당시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일본 작가들은 조끼 단추를 채우는 것처럼 아주 수월하게, 군더더기 없이 고른 몇 개의 선만으로 형태를 그려낸다”며 감탄을 전하기도 했죠.

고흐는 히로시게의 <신오하시와 아타케의 소나기>를 재해석한 <빗속의 다리> 처럼 여러 목판화를 직접 모사하며 특유의 공간감과 색채 대비를 자신의 유화 기법으로 적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히로시게의 그림이 흥미로운 또다른 이유는 비에 반응하는 주변의 풍경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려내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작 중 하나인 <쇼노의 소나기>에서는 바람의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 방향으로 거세게 쏠린 빗줄기에 맞춰 배경의 대나무 숲은 크게 휘어지고,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의 몸짓 역시 바람의 방향과 평행을 이루죠. 바람을 직접 그리지 않고도 그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만듭니다.

반면, 차분하게 내려앉는 밤비의 정취를 담은 <카라사키의 밤비>에서는 앞선 소나기들과 달리 수직으로 길게 내려오는 미세한 선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죠.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밤, 소나무 위로 소리 없이 젖어 드는 보슬비의 풍경입니다.


히로시게가 표현한 비처럼, 비는 저마다의 운치와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면들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장마와 크게 다르지 않죠. 몸도 마음도 처지기 쉬운 요즘이지만, 히로시게의 명쾌한 그림들을 보며 이 장마철의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Image. Ota Memorial Museum of Art

#장마 #반고흐 #우타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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