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건축가들이 동경하는 건축가



#페터줌토르(Peter Zumthor, b.1943)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무리 세계적인 건축가라 할지라도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갈라지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인물은 물성에 대한 심오한 감각으로 감상을 넘어 감탄을 자아내는, 건축가들이 동경하는 건축가입니다.





2009년, 미디어에 노출된 수많은 스타 건축가 사이로 낯선 이름의 한 남자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합니다. 70세 가까운 나이로 세상에 노출되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그의 건축은 막 발굴된 역사적인 유적처럼 신비스러운 매력으로 다가와 전 세계 건축인을 단숨에 끌어당겼습니다. 역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발스온천(Therme Vals), 이 하나의 프로젝트만으로도 그 어떤 건축가의 생애를 담은 커리어보다 압도적인 영감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스위스 발스에 위치한 이 건축물은 줌토르의 철학이 집약적으로 구현된 건축계 걸작입니다. 1996년 완공된 이 건축물은 천연 온천 위에 지어진 목욕탕이죠. 현지에서 사용되는 편마암을 주재료로 지역성을 유지하고, 빛과 기후를 고려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짜임새 있는 동선으로 공간 경험을 극대화했는데요. 사실 이러한 건축적 가치를 의도하는 일은(그것마저도 어려운 일이지만) 건축가의 불가피한 임무이자 소양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페터 줌토르가 그 이상의 ‘무언가’마저 창조해 낸다는 것이죠.





줌토르 역시 ‘분위기(Atmospheres)‘라는 단어로 건축을 해설하는 것처럼, 뚜렷한 근거나 논리로 해소할 수 없는 초탈한 무언가가 그의 창작물을 휘감고 있습니다. 이것이 많은 이들이 줌토르를 정보로써 ‘학습’하기 보다 몸소 그의 공간을 ‘체험’하길 바라는 이유인데요. 감히 그 비결을 유추하자면 ‘물성에 대한 줌토르의 집요함과 경외감‘이 아닐까 합니다. 꼭 ’공예‘라는 분야가 떠오르는데, 각 지역과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직조하는 동시에 물성이 지닌 자연의 시간 위로 인간의 의지가 더해지는 근사한 예술 활동이죠. 줌토르의 공간 또한 ‘공예품의 건축화’가 이루어진 듯 세월을 보존한 재료가 건축적 스케일로 승화되어 여러 켜의 감각을 선사합니다. 과학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 그 심오한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일까요?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스타 건축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소규모의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페터 줌토르. Architect(건축가)보다는 Craftsmen(장인)에 더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그의 건축물은 소박하고 고요하지만, 거대한 영적 교감으로 방문객을 감응시키는데요. 현대 건축이 예술의 한 형태로 인식되는 기점에 페터 줌토르가 있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렘 콜하스 설계의) 그 건물에 과시욕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멍청해 보이게 하고 스스로 바보 같다고 여기도록 부추기는 건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Vals, Dominikgehl, ArchDaily


#PeterZumthor #ThermeVals #BruderKlausFieldChapel






추천 콘텐츠

아티스트

바람을 조각하는 장인 이광구의 공작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완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며 심지어 이런 글조차 몇 초 만에 완성해 내죠. 흥미롭게도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되레 가장 느린 창작을 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손으로 빚은 도자기와 손으로 엮은 직물,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한 자루의 부채처럼 말입니다.

아티스트

반 고흐가 감명 받은 히로시게의 빗줄기

연일 이어지는 장마로 눅눅한 공기를 마주하고 있으면, 문득 빗줄기의 리듬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려낸 한 화가 #우타가와히로시게(歌川広重, 1797~1858)가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 그는 카메라 렌즈도 없던 시절에 대담한 선과 색채만으로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의 물리적인 속도감과 그 속을 헤쳐가는 사람들의 생동감을 포착했습니다.

아티스트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허무는 A24의 독창적 세계관

혹시 영화를 고를 때 주연 배우보다 배급사 이름부터 확인해 본 적 있으신가요? 요즘 관객들은 #A24(@a24) 영화라면 일단 믿고 본다며 이들은 브랜드 자체의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관객을 스며들게 만들었던 A24만의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소개합니다.

아티스트

영화 포스터의 공식을
깨버린 디자이너 박시영

영화 포스터는 대중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 상업 예술입니다. 철저히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대중을 설득해야 하죠. 그렇기에 포스터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직관적인 매력을 지니는 동시에, 영화의 본질을 담아내는 깊이도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아티스트

디올의 영감이 된 조각가 린다 벵글리스

#디올(@dior)의 FW 26/27 오트 쿠튀르 쇼 그리고 오는 9월 뉴욕 #페이스갤러리(@pacegallery)까지 주목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85세의 미국 조각가, #린다벵글리스(Lynda Benglis)입니다.

아티스트

엘리베이터 문 닫히려는데 눈 마주쳐서 억지로 열어줌에 어울리는 작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엘리베이터 안의 그 어색함. 문이 닫히려는 순간 달려오는 타인과 눈이 마주쳤고, 못 본 척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매너 있는 척 열림 버튼을 눌러줬지만, 문이 닫히고 나면 그 좁은 공간에 둘이 남습니다. 이후 서로 없는 사람인 듯, 핸드폰만 내려다보는 몇 초간의 적막이 이어지죠.

아티스트

바스 얀 아더의 가장 완벽한 추락

우리는 늘 상승의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비상의 순간은 끊임없이 기록되고 전시되지만, 하강과 실패의 흔적은 쉽게 지워집니다. 추락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집요하게 기록한 미술가가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개념 미술가 #바스 얀 아더(Bas Jan Ader, 1942-1975)입니다.

아티스트

하루 한 팀에게만 허락되는 대지 미술

미국 뉴멕시코 서부 고원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400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이 솟아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듯 수직으로 솟은 이 작품은 #월터드마리아(Walter De Maria)의 <The Lightning Field>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