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손정기의 회화가 고독과 고립 사이에 남긴 거리
외로움을 무사히 응시하는 방법
: 손정기의 회화가 고독과 고립 사이에 남긴 거리
#손정기(@son_art) 작가는 원래 드럼을 쳤습니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군대에서 손을 다친 이후였죠. 좋아하는 일을 관두게 되었을 때, 그는 침잠하는 고독을 느꼈습니다.
손정기에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수행이자 명상입니다. 덕분에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덩달아 각자의 속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죠.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는 그림의 첫인상은 곧, ‘나 같다’, ‘혼자여도 괜찮구나’라는 내면의 고백을 끌어냅니다.
그의 그림에는 두 가지의 큰 대비가 있습니다. 먼저, 흑과 백이 주는 색깔의 대비. 덕분에 설원은 유난히 희고, 숲의 밀도는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빽빽해집니다.
(좌) 손정기, 'Alone in the Wind' 2025
(우) 손정기, 'Alone in Silence' 2025
그가 처음부터 흑백의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닙니다. 예전엔 화려한 색깔의 그림도 그렸죠. 작품을 빌려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자, 표현은 간결하게 하기로 했습니다. 색을 덜어내고 그 공간에 전하고 싶은 말을 담는 방식으로 변모했죠.
프레임 안의 자연과 인물, 그 크기의 대비도 돋보입니다. 아주 작은 인물은 거대한 산과 길게 뻗은 나무가 즐비한 숲 앞에 서 있습니다.
손정기는 그림에 유독 나무를 많이 그립니다. 그림 속 나무는 곧 사람과 같습니다. 가지가 꺾이고 부러져도 나무는 나무인 것처럼, 상처 입고 불안한 사람도 존재의 가치에는 변화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그럼, 거대한 자연 아래의 인물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고된 시간을 버티고 있는 것 같기도, 그저 자연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손정기는 인물에 대한 해석을 비워놓습니다. 그 인물이 거기 ‘무사히’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죠.
“때때로 우리는 혼자라는 감정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사람을 들여다보면 결국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전시 《보통의 고독》의 대표작 〈Together in Solitude〉에는 한 사람, 한 그루의 나무, 나란히 날아가는 두 마리의 새가 담겨있습니다. 손정기는 이 그림을 ‘따로, 또 같이’에 비유해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혼자면서,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고요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죠.
자연스레 상상의 프레임을 늘려 ‘또 같이’ 있을 누군가를 연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의 그림에서 삶을 긍정하는 힌트를 얻은 셈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손정기가 여행지에서 직접 담아온 영상과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공간에서 고독에 빠져 있는 실제 인물을 마주하니 ‘따로, 또 같이’라는 그의 말이 진실되게 다가옵니다.
전시장 한편에, 손정기의 물음이 적힌 노트와, 관람객의 대답을 기다리는 빈 노트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빈 페이지를 채우는 순간, ‘외로운 고립’은 ‘단단한 고독’으로 그 이름을 바꿉니다. 당신의 ’보통의 고독‘은 무엇인가요?
《보통의 고독》
∙ 2025. 12. 19 – 2026. 1. 25
∙ 화-일 11:30~19:30
∙ 파티클, 서울 강남구 선릉로 838 페코빌딩
Editor. 김세연
Image. Son Jung Kee, @son_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