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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거장, 프랭크 게리를 보내며



직선의 시대, 곡선의 저항

: 곡선의 거장, 프랭크 게리를 보내며



지난 12월 5일, 해체주의 건축의 대가로 세계 곳곳에 영감을 뿌리내린 #프랭크게리(Frank Gehry, 1929-2025)가 별세했습니다. 도시를 휘감고, 빛을 반사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던 특별한 건축가의 평면이 조용히 덮어진 순간이었죠.


프랭크 게리는 건축사를 뒤흔든 인물입니다. 직선의 합리성을 미덕으로 삼아온 현대 건축의 문법 속에서, 게리는 유려한 형태가 선사하는 감정적 경험을 간과하지 않은 건축가였죠. 그의 설계는 언제나 불편한 질문을 던졌는데요.


”효율적인 평면과 구조만으로 건축이 완성되는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독일 바일암라인), 댄싱 하우스(체코 프라하)



게리가 곡선의 비정형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현대 건축이 지나치게 합리성과 기능의 언어에 의존하면서, 인간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점점 획일화시켰다고 여겼는데요. 직선은 세련되고 효율적이었지만, 우리가 지닌 풍부한 감정을 전부 끌어낼 순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게리의 곡선은 ’장식‘이 아니라 ’저항‘에 가깝습니다. 숫자로 정리되는 평면, 효율만 고려한 동선, 층으로 구분 짓는 위계 등 그는 건축이 부동산 논리로만 즉각 판단되는 대상이 되기보다, 걷고 바라보고 머무르며 서서히 인식되는 경험이 되기를 소망했죠.


이 태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인데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빌바오(스페인 빌바오), 8 스프루스 스트리트(미국 뉴욕)



전통적인 미술관이 명확한 입면으로 권위를 드러냈다면, 구겐하임 빌바오는 이를 의도적으로 해체합니다. 어느 방향에서도 동일한 인상을 주지 않고, 관람객 걸음에 맞춰 변화무쌍한 표정을 드러내죠. 이는 단순한 조형 실험이 아니라, 현대 건축의 합리주의에 대한 구조적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소의 기능과 장식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구겐하임 빌바오의 즉각적인 쓰임을 설명할 수 없는 무수한 여백은 그야말로 배척의 대상입니다. 게리는 기능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건축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확장한 것인데도 말이죠. 그 ’낭비투성이들‘은 도시에 실질적 효과를 선물했고, 빌바오는 세계적인 건축적 성지로 발돋움하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성과가 단일 프로젝트의 성공을 넘어, 건축 나아가 창작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꾸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는 당장은 사치스럽게 다가오는 감각적 설계가 훗날 장기적이고 폭발적인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설득하는 사례이자 단어로 정의되었죠.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레이 마리아 스테이터 센터(미국 케임브리지)



프랭크 게리는 자신만의 ’연주 같은 곡선‘으로 건축이 합리성에 머무르지 않고도 도시와 사회를 움직일 수 있음을 즐겁게 증명했습니다.


파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건축계에서도 프랭크 게리는 늘 호불호의 대상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 건축가의 위대함을 의심하진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게리가 제시한 것은 하나의 양식이 아니라, 건축이 작동하는 범위 자체의 재설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감각적 직관을 기술과 실리로 번역하여 건축의 가능성을 넓혔음에 존경받는 인물이죠.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마 타워(프랑스 아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미국 로스앤젤레스)



직선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감성을 품은 곡선으로 건축사의 한 갈래를 뻗친 연주가 멈췄습니다.


우리는 그가 남긴 곡선 앞에서 비로소 건축이 한때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넘실대는 영감으로 평면의 가능성을 고양한 한 건축가의 일생에, 조용히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dezeen, Architales, Getty, Walt Disney Concert Hall, Fondation Louis Vuitton


#프랭크게리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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