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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를 사로잡은 이시산 작가의 '무위'
구찌를 사로잡은 이시산 작가의 '무위'
지난 4월, 이탈리아 패션하우스 #구찌(@gucci)는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Gucci | Bamboo Encounters’ 전시를 위해 전 세계 7인의 아티스트와 손을 잡았습니다. 한국의 #이시산(@leesisan) 작가도 그 자리를 함께했는데요. 구찌의 조형 유산인 ‘대나무’를 주제로,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이시산의 시선이 럭셔리 브랜드의 품격을 닮은 예술적인 오브제를 선보였습니다.
16세기 건축 유산인 산 심플리치아노(San Simpliciano) 수도원 회랑에서 개최된 ‘Gucci - Bamboo Encounters’ 전시 전경
구찌는 브랜드 아카이브의 핵심 오브제 중 하나인 대나무 핸들 백에서 출발해, ‘뱀부’라는 핵심 코드를 오늘날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이시산은 알루미늄이라는 전혀 다른 물성의 언어로 그 요청에 응답했는데요. 이번 전시에 출품된 높이 1.8m, 무게 380kg의 대나무가 새겨진 통 알루미늄 선반이 그중 하나이죠.
16세기 건축 유산인 산 심플리치아노(San Simpliciano) 수도원 회랑에서 개최된 ‘Gucci - Bamboo Encounters’ 전시 전경
“저의 창작 과정은 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산업적 요소와 자연 사이의 관계를 고민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16세기 건축 유산인 산 심플리치아노(San Simpliciano) 수도원 회랑에서 개최된 ‘Gucci - Bamboo Encounters’ 전시 전경
이시산은 대나무를 단지 식물로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수묵화 속 여백과 백자에 담긴 문양처럼 ‘비움의 미감’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받아들였습니다. 한국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대나무를 재해석하고자, 바람결에 흔들리는 풍경 같은 초안 대신 간결하고 정제된 조형을 선택했죠. 선반, 액자, 벤치 등 이번 전시에서 이시산의 뱀부는 ‘채워져’있지 않고 그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오히려 ‘비워져’있었는데요. 구찌의 상징을 한국 아티스트로서 우리 고유의 철학적인 언어로 재구성한 점에서 큰 의미를 남겼죠.
(좌) 이시산, 'Neo-Primitive'
(우) 이시산, ‘스툴(무위)’, 스테인리스스틸에 바이브레이션 마감, 자연석, 36×36×45cm, 2019
가공되지 않은 자연석과 정제된 금속을 병치시키는 ‘무위(無爲)’ 시리즈로 주목받아 온 이시산은 재료가 지닌 본연의 감각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조형적으로 또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는 도시와 자연에서 ‘채집’한 돌, 나무, 금속 등을 작업에 끌어와 각각의 가치와 그들의 관계를 연구하고 연결했죠. 그의 작품은 인위적 개입보다 재료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하며, 산업 제품과는 결을 달리하는 조용한 진정성을 드러냅니다.
(좌) 이시산, ‘무위 無爲_선반 01’, 스테인리스스틸, 돌, 110×35×150cm, 2021
(우) 이시산, ‘Proportions of Stone_Column’, 스테인리스스틸, 돌, 50×50×240cm, 2024
구찌와 이시산, 오랜 전통의 이탈리아 패션하우스와 깊이 사유하는 젊은 한국 작가의 흥미로운 만남과 조화로운 균형이 밀라노의 봄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Gucci, lee Si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