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뉴욕 무기 창고를 예술로 바꾼 앤 해밀턴의 설치 미학
뉴욕 무기 창고 속 그네는 인간관계였다
흰 천을 배경으로 그네를 타는 사람들이 완성한 #앤해밀턴(Ann Hamilton)의 ‘실의 사건(the event of a thread)’. 해당 작품은 그네가 전부는 아닙니다. 맨해튼의 파크 애비뉴 병기고를 개조해 만든 이 작품은 중앙의 흰 천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21m 높이에서 내려오는 총 42개의 그네가 설치돼 있습니다. 공간의 한쪽 끝에는 비둘기에 둘러싸인 배우들이 나무 탁자에 앉아 글귀를 읊조립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 찰스 다윈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등의 저서를요. 다른 끝쪽에서는 이 광경에 등을 돌린 채 거울을 앞에 두고 글을 쓰는 작가가 있죠.
천은 로프와 도르래에 연결돼 있습니다. 로프와 도르래는 다시 그네와 연결돼 있죠. 사람들이 그네를 탈 때마다 생기는 움직임은 천에 영향을 미칩니다. 배우들이 읽는 글귀는 곳곳에 놓인 종이봉지 속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옵니다. 덧, 병기고 바깥의 렉싱턴 에비뉴 거리에는 창문으로 이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입장료는 12달러였죠. 이 모두를 관망하고 싶다면 건너편에서 돈을 지불해 관람할 수 있는 특이한 구성입니다.
‘실의 사건’이라는 작품명은 바우하우스 출신 아티스트 아니 알버스(Anni Albers)의 저서 「직조에 관하여(On weaving)」에서 인용한 것인데요. 그는 시작과 끝이 모호한 다중적인 것을 ‘실의 사건’이라고 표현합니다. 앤 해밀턴은 이 아이디어를 자신의 설치작품이자 관객이 행하는 퍼포먼스로서 도입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결코 단선적으로 읽을 수 없는 개인의 존재와 삶에 얼마나 많은 복잡성이 얽혀있는지 보여줍니다.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하든 다 파악할 수 없는 삶. 우리 각자는 매 순간을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미미하지만,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존재입니다. 앤의 작품에서 많은 이들은 흰 천 아래에 누워 천을 바라보며 주변과 공명합니다. 나부끼는 천은 우리들의 삶이 맞닿는 최전선의 순간에 일어나는 떨림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Editor. 성민지
Image. Ann Hamilton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