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니키 리가 말하는 존재의 연약함과 삶의 유한성
애틋하고 처연한 16개의 키스신
: 니키 리가 말하는 존재의 연약함과 삶의 유한성
당신은 과거와 현재, 미래 중 어디에 살고 있나요? 누군가는 미래에 바라는 이상적 삶을 상정하고, 그를 구현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하며 삽니다. 오늘은 내일로 가는 수단이자 여정이 되죠. 또 누군가는 지금 내 마음의 목소리에 충실합니다. 내면의 욕구를 발현한 오늘은 내일의 욕망을 잉태할 씨앗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인생은 단 한 번이라는 점에서 난해한데요. 유한한 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길어내야 한다는 압박은 인생을 한층 어렵게 만들죠. 하지만 이제 막 살아내기 시작한 오늘인데, 무엇이 최선인지 어떻게 알까요?
그런 점에서 오는 8월 23일까지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바자전: 인 비트윈(IN-BETWEEN)》의 아티스트 #니키리(@nikkislee)의 영상 작업 <신즈(Scenes)>가 눈에 들어옵니다. 16개의 키스 장면이 16개의 스크린에 각 3분간 펼쳐지는 작품인데요. 넋을 잃을 정도로 몰입한 두 사람의 키스신은 마치 잠결에 이불자락을 붙잡는 모습으로도, 혹은 생의 벼랑에서 안간힘을 다해 마지막 숨을 붙드는 모습으로도 읽힙니다. 하나의 과녁을 향해 돌진하는 미립자 같은 개인으로도 보이죠. 어느 쪽이든 애틋함과 처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니키 리 <신즈(Scenes)>
니키 리는 해당 작업에 대해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삶은 결국 소멸로 향해 간다’는 것을 짚어내며 “사라지는 것을 창조해 가며 사라지는, 인간 삶의 맹목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합니다. 마침 최근 마음산책에서 나온 니키 리와 에세이스트 임지은의 대담집 <애정 행각>에서 임지은은 니키 리의 이 작업을 두고 다음과 같이 언급하는데요. ‘다들 당장 키스해, 지금 시간이 뭐 얼마나 남았다고 그러고 살아?’(p152)라는 문장은 촉각을 다투는 삶과 함께 진정 원하는 삶을 사는 일이 얼마나 절박한지 상기하죠.
단 한 번의 삶,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부릅뜬 눈 속에 삶은 우리의 몸뚱이를 모래처럼 스칩니다. ‘거리의 사상가’로 불리는 일본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자신의 책 <무지의 즐거움>에서 ‘자신의 마음과 직감에 따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전합니다. 진정 용기 있는 자는 인생의 덧없음을 온몸으로 외치며 제 갈 길을 가는 사람. 니키 리의 <신즈> 속 인물들은 눈먼 상태로 하나의 대상에 빠져듭니다. 지금 우리에게 간절한 건 두 눈 감고 몸을 내던질 정도로 애착하는 무언가이자 그런 자세일지 모릅니다. 그렇게 눈 멀도록 사랑한 일들이 당신 인생을 만들 테니까요. 누군가는 그렇게 인생을 사랑한 당신이라는 사건을 인생 장면으로 품고 살아가겠죠.
*인용: 니키 리, 임지은 <애정 행각>, 마음산책, 2025
Editor. 성민지
Image. 니키 리 <Scenes>, Harper's BAZA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