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디지털 자궁에서 태어난 생명체, 추수 작가의 아가몬
디지털 자궁에서 태어난 생명체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이 만든 새로운 탄생의 방식
엄마가 되고 싶었던 예술가는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명을 창조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korea) 서울박스에서 진행 중인 #추수(@tzusoo)의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은 모성에 대한 욕망을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실현한 결과물입니다.
전시의 중심에 놓인 '아가몬 5'는 우뭇가사리와 살아있는 이끼로 만들어진 4.5미터 크기의 유기체입니다. 투명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이끼가 자라나며, 조각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이는 수정이나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성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탄생한 존재라고 작가는 설명하는데요. 전통적인 재생산의 경로를 벗어나 예술가만의 창조 행위로 빚어낸 '자식'인 셈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오픈한 개방형 공간, '서울박스'에 설치된 추수 작가의 '아가몬5'
주변을 둘러싼 LG OLED 스크린 88대에는 팔괘의 '태'와 '간'을 상징하는 디지털 정령들이 춤춥니다. 몽환적인 생명체들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창조와 욕망, 생성과 소멸의 서사를 펼쳐내죠. 여기서 디지털은 단순한 매체가 아닙니다. 현실과 동등한 층위의 또 다른 세계이자, 새로운 형태의 생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추수의 세계관에서 경계는 늘 모호합니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인공,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무력화되는 곳에서 '아가몬'은 자유롭게 존재합니다. 이는 기존의 윤리나 도덕 체계, 가족과 젠더 규범을 모르는 존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추수 작가의 '아가몬5'(좌)와 추수 작가(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진 지 오래입니다. 추수는 이런 감각을 예술로 번역하며, 기술이 단순히 도구가 아닌 새로운 생명력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아가몬'은 우리 시대의 창조 신화이자, 미래의 모성에 대한 급진적 상상입니다.
실제로 자라고 변화하는 조각 앞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창조란 무엇인가?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추수의 디지털 자궁에서 태어난 생명체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 MMCA×LG OLED 시리즈 2025 - 추수
∙ 2025.08.01 - 2026.02.01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Image. @mmcakorea @tzu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