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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가 선택한 식물 사진의 정체
로에베가 선택한 식물 사진의 정체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묘사하기 위해 향수 브랜드는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합니다. 그중 #로에베(@loewe)의 향수 패키지에 쓰인 식물 사진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는 1920년대 활동한 독일 사진가 칼 블로스펠트(Karl Blossfeldt)의 작품으로, 식물의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죠.
4B 연필로 그린 듯한 흑백 사진은 식물을 확대해 촬영한 결과물로, 작가는 꾸준히 낯선 형태의 식물에 매료되었습니다. 그의 첫 사진집 <Unformen der Kunst(자연의 예술적 형태)>는 출간하자마자 화제가 되었죠. 하지만 정작 그는 그의 사진을 작품보다 학습자료로 여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899년부터 베를린의 장식미술박물관 학교에서 식물을 소재로 한 모델링을 가르칠 때 자신의 사진을 참고 자료로 사용했으니까요.
그가 교사로 근무할 당시 교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식물을 향한 그의 애정이 묻어납니다. 편지에는 ‘식물은 모양이 작은 탓에 눈길을 끌지 못하고, 형태를 식별하기 어렵단 이유로 간과되는 ‘형태의 보물 창고’다(Plants are a treasure trove of forms — one which is carelessly overlooked only because the scale of shapes fails to catch the eye and sometimes this makes the forms hard to identify)’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의 사진집을 펴낸 저자 한스 크리스티안 아담(Hans Christian Adam)은 작가에 대해 ‘자연을 벗겨낸다’고 평했는데요. 실상 그의 사진은 마냥 기분 좋은 온화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식물의 치밀한 조직은 빈틈없이 짜인 직조물, 혹은 잘 축조된 건축물을 보는 감각을 안기죠. 작가의 시선은 일상 속 대상을 남다른 방법으로 조명해 주의를 끕니다. 때때로 무언가 넋 놓고 바라보고 싶을 때면, 그의 사진을 응시해 보는 건 어떨까요.
Editor. 성민지
Image. Karl Blossfeldt, Loewe, TAS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