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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지 않는 가구로 증명하는 디자인 듀오, 프로마판타스마
지속 가능성이 유행이 된 시대?
: 질리지 않는 가구로 증명하는 디자이너
‘지속 가능성’은 질리는 표현입니다. 어떤 브랜드에서는 그저 마케팅으로 쓰이고, 그렇기에 소비자에게는 이미 철 지난 유행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이 하나의 추세로 소비되어도 괜찮은 걸까요?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도 같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들은 먼저 어떤 현상에 집중하고, 그 현상에 관한 방대한 자료 조사를 한 뒤에 가구를 만듭니다. 조사한 기록과 가구를 모아 전시회도 열죠. 가구를 많이 파는 것보다 현상을 널리 알리는 데 방점을 둔 행보입니다.
(좌) 포르마판타스마가 디자인한 MICAS(몰타에 위치한 미술관) 입구 홀&숍 2024
(우) 포르마판타스마의 Floor L, 2024
2017년 〈Ore Streams〉부터 살펴볼까요? 그들은 전자 폐기물이 개발도상국에 몰래 버려지는 현상에 집중했습니다. 무려 70%의 전자 폐기물이 유독 가스를 뿜으며 처리되고 있었죠. 올바른 폐기물 처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포르마판타스마는 이 전자 폐기물을 단순히 처리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편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버려진 컴퓨터 본체는 6단 서랍으로, 노트북의 키보드는 책상의 다리로 변신했습니다. 원래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려운 금속은 의자 등받이가 되고, 아이폰 여러 대는 책상과 다리를 연결해 주었죠. ‘재활용’하면 상상하는 투박함과는 거리가 먼 ‘예쁜’ 모습입니다.
포르마판타즈마의 2017년 〈Ore Streams〉 프로젝트 컬렉션
2020년에는 #아르텍(@artekglobal)과 손을 잡았습니다. 함께 스툴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연구한 자료를 모아 전시도 열었죠. 전시 《Cambio》에서는 사라지는 산림과 탄소 배출 현상을 목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구의 대량 생산은 우리에게 저렴한 제품들을 선사했지만, 그 수명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 베어진 나무의 희생을 정당화하기엔 너무나 짧습니다.
목재 산업이 기후 위기 극복에 제대로 이바지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숲이 탄소를 충분히 머금도록 관리하는 것, 그리고 나무 가구의 수명을 늘려 나무가 품은 이산화탄소를 가능한 한 더 오랫동안 가두어 두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나무의 매끈하고 흠 없는 부분만을 쓰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플라스틱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매끈한 것만이 잘 만들어진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생겼는데, 그건 소재의 특성일 뿐이라고 덧붙였죠.
그래서 아르텍과 함께 만든 스툴에는 나무의 세월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벌레가 지나간 자리나, 가지가 자라났던 흔적인 옹이가 스툴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포르마판타스마의 개인전 〈La Casa Dentro(내면의 집)〉에서 선보인 의자
포르마판타스마는 최근 〈La Casa Dentro〉로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 2025’를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모더니즘의 상징인 차가운 강철 파이프에 자수와 꽃무늬 실크를 결합해 가구를 만들었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모더니즘의 슬로건 아래 배제되었던 가사 노동과 여성적 장식의 가치를 가구로써 구현해 낸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가구에 ‘정서적 내구성’을 부여합니다. 누군가의 손길로 새겨진 자수는 질린다고 바꿀 수 없는, 의미가 묻은 가구가 되기 때문이죠.
포르마판타스마에게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으로 만드는가’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이 가구와 헤어지지 않고 평생을 함께할 것인가‘에 대한 미학적 해답입니다.
여러분에게도 평생 함께하고 싶은 가구가 있나요?
Editor. 김세연
Image. Formafantas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