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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 옆에 놓인 60년 된 한국 조명
MoMA 옆에 놓인 60년 된 한국 조명
: 국내 마지막 백열전구 회사가 살아남은 방법
60년 된 전구 회사가 어떻게 MZ세대의 힙한 조명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일광전구(@ilkwdesign)는 ‘국내 마지막 백열전구 제조사’라는 헤리티지를 무기로, 낡은 기술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재해석해 냈습니다.
1960년부터 B2B 백열전구를 만들던 일광전구는 2010년대 규제와 시장 축소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LED 조명이 대세가 되면서 백열전구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일광전구는 전구 생산을 멈추는 대신,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단순한 조명 판매가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과 인테리어 취향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완전히 바꾼 것입니다.
일광전구의 SNOWMAN 시리즈
리브랜딩의 첫 번째 열쇠는 타깃 전환이었습니다. 가정용 전구를 사는 B2B 제조업체에서, 장식용·디자인 조명을 찾는 2030 여성 중심의 B2C 브랜드로 거듭났죠. 2013년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을 계기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하고, ’IK 일광전구‘라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습니다. 빛 자체의 감성과 분위기를 파는 조명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이죠.
디자인 철학도 명확했습니다. 일광전구가 추구한 것은 ’롱라이프 디자인‘이었습니다.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두고 써도 질리지 않는 편안한 형태를 지향했죠. #스노우맨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전구의 유리구와 금속 소켓을 눈사람 모티프로 재해석한 이 조명은, 과한 캐릭터 표현 없이 둥근 볼륨과 부드러운 곡선만으로 귀여운 오브제가 되었습니다. 2700K대의 따뜻한 색온도와 부드럽게 퍼지는 빛은 공간에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죠.
유통 전략은 더욱 치밀했습니다. 유럽 카피 조명이 넘쳐나는 대형 조명 시장을 피하고, 에이치픽스(@hplusx)·29CM(@29cm_official)·아난티 이터널저니 같은 하이엔드 편집숍만 선택적으로 입점했습니다. MoMA 디자인 스토어 등과 함께 진열되는 채널을 택해, 가격은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하지만 ’힙한 취향의 오브제‘로 보이게 만든 전략이었죠.
일광전구의 SNOWMAN 시리즈
MZ 타깃 마케팅도 주효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감각적인 이미지와 언박싱 콘텐츠를 운영하며 ”유니크한 전구=일광“이라는 인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같은 인디 음악 페스티벌과 인기 카페에 조명을 협찬하며 ”사진 찍히는 조명“이 되었죠. 구호, 웜그레이테일 등 패션·리빙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요즘 브랜드와 어울리는 오래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무엇보다 일광전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북 발간, 북저널리즘 연재, 전시·토크 프로그램 등을 통해 ”60년 된 전구 회사의 리브랜딩“이라는 서사 자체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처럼 소비되게 했죠. 리브랜딩을 트렌드 갈아타기가 아니라, 빛과 헤리티지를 지키면서 형식만 바꾸는 롱라이프 브랜딩으로 설명한 것도 신뢰를 높이는 장치였습니다.
기술은 올드해도, 그 올드함을 헤리티지와 아날로그 감성으로 재해석한 일광전구. 오래된 것이 새로운 빛을 얻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Image. 일광전구, Editorial Depar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