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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소재가 된 아리랑, BTS
저항의 민요 자본의 서사
: K-팝의 소재가 된 아리랑, 그 안에서 지워진 것들
민중의 노래가 브랜드가 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BTS(@bts.bighitofficial)의 정규 5집 ’ARIRANG‘이 오는 3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공개됩니다. 군복무를 마친 완전체의 귀환이라는 서사, 190개국 넷플릭스 생중계, 도심 전체를 무대로 삼은 공연. 모든 조건이 ’역사적 순간‘을 향해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바라보며 자꾸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무대는 누구의 것인가.
아리랑은 본래 그 유연성으로 살아남은 노래입니다. 후렴구만 공유하면 어떤 가사든 아리랑이 될 수 있었기에,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검열 앞에서도 민중은 이 노래에 저마다의 저항을 새겨 넣을 수 있었습니다. 억압자와 피억압자가 같은 멜로디를 두고 의미 전쟁을 벌인 전장이었죠. 그런데 바로 그 유연성이, 훗날 상업적 전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리랑은 이미 오랫동안 ’정치적 상징‘과 ’상업적 브랜드‘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살아왔습니다.
(좌) 세종문화회관 계단의 BTS 컴백 로고(2026.03.20)
(우) 광화문광장 BTS 'ARIRANG' 콘서트 현장
이번 컴백에서 ’ARIRANG‘은 앨범 제목을 넘어 월드 투어, 팝업 스토어, 뷰티·푸드 콜라보까지 하나의 테마 패키지로 확장됩니다. 한국 전통 문양과 색채는 ’인스타그래머블한 한국다움‘의 기호로 재가공되고, 식민지·분단·저항의 역사적 레이어는 뒤로 밀립니다. 남는 것은 ’따뜻하고 정겨운 한(恨)의 분위기‘—소비하기에 딱 알맞게 편집된 정서입니다. 전통을 ’빌려오는‘ 주체가 이제는 민중이 아니라 글로벌 투어와 플랫폼 독점 계약을 동시에 굴리는 초대형 엔터 기업이라는 점에서, 권력 관계는 완전히 뒤집혀 있습니다.
이것은 K-팝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아리랑은 국가 행사와 관광 캠페인에 상시 동원되는 레퍼토리가 됐고, 정부 주도의 <Arirang to the World> 프로젝트는 저항의 민요를 도시 브랜딩의 간판으로 재배치해 왔습니다. K-팝이 그 흐름을 이어받아 글로벌 시장으로 한 단계 더 밀어올리는 것이 이번 컴백의 구조입니다. 100년 전에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정치성을 숨겼고, 지금은 상업성을 위해 정치성이 지워집니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이죠.
전통이 K-팝과 국가 전략의 자원으로 동원될 때, 그 불편하고 날카로운 정치성은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아리랑이 진정으로 부활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상업화된 상징이 더 거대한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인지. 그 고개를 넘는 것이 과연 우리 모두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SOURCE. 한국경제, 넷플릭스, AZ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