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알고 보면 현대미술, 블랙핑크 뮤비 분석
알고 보면 현대미술? 블랙핑크 뮤비 분석
: 포스트아포칼립스 미학부터 이미지의 상품화까지
#블랙핑크(@blackpinkofficial)가 약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습니다. 미니 3집 [DEADLINE]의 타이틀곡 ’GO‘ 뮤직비디오는 그 제목처럼 앞을 향해 나아가는 영상인데요.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를 현대미술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단순한 연출 이상의 이야기가 읽힙니다.
영상을 여는 균열과 붉은 하늘, 그 파괴된 풍경은 ’포스트아포칼립스 미학‘이라 불리는 시각 언어입니다. 재난 이후 변질된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이죠. 붉은 하늘은 단순한 이펙트가 아니라, 세계가 이미 한 번 크게 훼손됐음을 전제로 깔아두는 장치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 폐허 위에서 블랙핑크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완벽한 이미지‘의 이면을 드러냅니다.
리사가 가면을 벗는 장면은 ’진짜 나‘를 찾는 서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리사‘라고 부르는 얼굴 자체가 대중의 기대와 산업의 브랜딩을 거쳐 만들어졌음을 잠깐 노출하는 몸짓에 가깝죠. 가면은 떨어져 나가지만, 카메라는 곧바로 그 맨얼굴을 다시 포착합니다. 벗어나려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조차 이미지 산업 안에서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겁니다.
같은 폐허 위, 다른 장면에서는 제니를 본떠 만든 왁스 피규어가 등장합니다. 이 피규어는 서서히 녹아내리더니, 결국 동전처럼 평평하게 눌려 얼굴이 하나의 각인으로 남습니다. 1960년대 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실크스크린으로 반복 인쇄하며 스타를 대량생산 가능한 상품으로 제시했듯, 이 장면 역시 얼굴이 교환 가치를 지닌 브랜드 로고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죠.
폐허 위에 선 네 사람은 시스템의 희생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드러내 보이는 주체입니다. 가면을 벗는 순간조차 콘텐츠가 되고, 녹아내린 얼굴이 동전이 되는 이 시스템 안에서, 블랙핑크는 도망치지도 저항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작동 방식을 폭로하면서,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죠.
SOURCE. YG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