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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르주아를 품은 태국의 숲
루이스 부르주아를 품은 태국의 숲
숲속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의 향연, 상상해 본 적 있나요? 빽빽한 밀림 사이로 조각과 설치미술이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비스러운 공간이 동남아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예술은 때로 공간의 품격을 격상시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장소가 그 속의 예술을 더욱 근사하게 고양하기도 하죠. 자연의 숨결이 머무는 공간, 문명의 소음이 닿지 않는 ‘숲’ 한가운데서 예술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동남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태국의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khaoyai_art_forest)는 바로 그런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는 곳입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인공조명이 난무하는 ‘화이트 큐브’ 맥락에서 해방되어, 저마다의 숨으로 생명력을 내뿜는 이 숲속에서의 예술은 또 다른 존재감으로 다가오는데요.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대왕 거미(마망, 1999)가 울창한 수목 속에 놓이고 ’리차드 롱(Richard Long)‘의 대지 예술이 안개 머금은 능선 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영엄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죠.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의 매력이 단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숲속에 전시한 것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생태적 리듬을 따라 흐르는 동선과 구성, 날씨와 계절에 따라 변모하는 작품성, 대지가 안내하는 초록빛 큐레이팅, 현지 작가들의 감각적 실험 무대 등 예술, 사람, 자연이 함께 직조하는 공존의 미학 속에서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는 하나의 고유한 예술적 발화점이 되고 있습니다.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의 등장으로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전통적인 공간 개념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자연과 예술의 조화로 현대미술이 지닌 사회적, 환경적, 철학적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이곳은 앞으로 더 많은 예술적 실험과 창조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구조화된 공간 속에서 예술을 소비해 온 우리에게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섞이는 이 낯선 조우는,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고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습니다. 예술이란 단순히 ‘감상하는 행위’가 아니라 몸소 마주치고 호흡하며 서로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요.
Editor. 전지은
Image. @khaoyai_art_f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