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모로코 옥상에서 태어난 이스마일 자이디의 Gen Z 초상화
히잡은 더 이상 억압의 상징이 아니다
: 모로코 옥상에서 태어난 Gen Z 초상화
가려진 얼굴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드러냅니다. 마라케시 옥상, 강렬한 컬러 블록 앞에 선 인물이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젤라바를 입은 형제자매는 서로를 향하거나 외면하며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죠. 모로코 출신 사진가 #이스마일자이디(@l4artiste)는 스마트폰 하나로, 전통과 현대, 연대와 단절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1997년 마라케시에서 태어난 자이디. 그의 대표 시리즈 「3aila(아랍어로 ’가족‘)」는 동생 오트만, 누나 파티마와 함께 만든 작업으로, 가족 관계 속 유대와 개별성을 미니멀한 구성과 강렬한 색채로 번역하죠. 젤라바, 히잡, 니캅 같은 전통 의복은 서구 미디어가 덧씌운 ’억압‘의 이미지 대신, 주체성과 스타일을 상징하는 기호로 재해석됩니다. 핑크, 마젠타, 블루로 물들인 의상은 ’종교/보수‘보다 ’자기표현‘의 코드로 읽히게 하는 전략이죠.
(좌) 이스마일 자이디, the series「3aila(Family)」 2019
(우) 이스마일 자이디, Equal Bunshine, 2019
얼굴을 가리는 연출은 자이디 작업의 핵심입니다. ”내가 보이고 싶은 만큼만 보이겠다“는 자기 통제의 제스처로, 베일은 침묵이 아니라 선택된 익명성을 강조하는 장치가 되죠. 표정을 지우고 제스처와 색면만 남김으로써, 특정 인물의 이야기보다 전통 속에서 공유되는 감정—보호, 거리감, 연대—을 추상적 감각으로 치환합니다.
자이디는 가족 집 옥상을 고정 무대로 삼아, 노동계급의 일상 공간을 작업의 메인 세트로 끌어올립니다. 시장이나 모스크 같은 관광 이미지 대신 내부자의 사적 공간을 택해, 오리엔탈리즘적 ’엽서 이미지‘를 거부하죠. 천을 공중에 매달거나 인물 사이에 걸쳐 선과 면을 만들어, 전통 직물의 질감을 추상회화처럼 다루기도 합니다. 한 조각 천이 두 인물을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구조는, 가족 간 유대와 세대 차이를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메타포가 됩니다.
그의 작업은 ’전통 모티프‘를 재현하지 않습니다. 색, 공간, 포즈, 매체를 바꾸어 동시대적 감각과 결합시키며, 전통을 오늘의 젠더·세대·정체성 질문을 던지는 조형 언어로 전환하죠. 스마트폰으로 찍은 이미지를 SNS에 유통하면서, 전통을 하이패션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Gen Z 시각 언어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로컬한 모티프를 글로벌 관객이 읽을 수 있는 조형 언어로 재코딩하면서도, 내용은 모로코 내부의 기억과 정동에 고정하는 것이죠.
전통이 배경장식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언어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과거와 현재 사이, 보임과 보여지지 않음 사이의 긴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이디의 렌즈는 그 긴장을 색과 천, 그리고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거리 안에서 포착합니다.
Image. @l4arti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