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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이 보여주는 여성 몸의 한계
스타킹이 보여주는 여성 몸의 한계
: 몸의 감각을 치열하게 탐구한 작가 센가 넨구디
예술작품은 흔히 회화, 조각, 무용, 퍼포먼스처럼 장르적으로 구분하는데요. 하지만 어떤 예술은 하나의 장르에 간편하게 분류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티스트 센가 넨구디(Senga Nengudi)의 작품이 그렇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단한 재료를 깎아내며 다듬는 조각의 정신에 들어맞지 않는데요. 센가의 작품은 견고하게 제 형태를 유지하는 대신 우리 인체처럼 제 몸의 한계를 탐험합니다.
(좌) 센가 넨구디의 R.S.V.P. Performance Piece(2017), (우) R.S.V.P.
그의 대표작 ‘RSVP(1977)’는 작가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작업한 작품으로, 벽에 고정된 팬티 스타킹이 고통의 역치를 시험하듯 사방으로 늘려집니다. 그 모습에서 관객은 작가가 임신과 출산 중 겸험한 몸의 변화와 고통, 그리고 회복을 상상하게 되죠. 작품명 ‘RSVP’는 ‘대답해 주세요(Repondez, s’il vous plait)’라는 불어로, 관객이 작품이 감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데요. 작품에서 우리는 생명을 받아들이는 여성의 탄성적 몸을 느끼게 됩니다.
센가 넨구디의 R.S.V.P. Performance Piece(1977)
그보다 앞선 시기 발표한 ‘물 구성(Water Composition, 1970)’에서는 물을 채운 비닐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 구성Ⅰ’은 염료로 물들인 오렌지색 물과 빨간색 물이 펑퍼짐한 자세로 앉아있고, 밧줄에 걸린 비닐이 중력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려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동명의 연작은 화이트 큐브 위에 꺾인 비닐을 통해 물이 얼마나 유동적인지 느끼게 하죠. 그녀의 작품은 박물관에 전시되기 전 일부 갤러리에서는 관객과의 호흡을 유도하도록 설치됐는데요. 작품을 만짐으로써 관객은 상대의 접촉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제 형태를 바꾸는 물을 감각할 수 있었죠.
센가 넨구디의 'Water Compositions' 시리즈
또 다른 작품 ‘라푼젤(Rapunzel, 1981)’에서 작가는 가톨릭 학교 철거 현장으로 갑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와이어를 칭칭 감은 머리카락과 이를 감싼 나일론 스타킹이 초식동물의 긴 다리 마냥 땅을 버티고 서 있습니다. 해당 존재가 건물이 무너진 후에야 비집고 나왔는지 혹은 수세기 동안 밖으로 탈출하려고 애썼는지 선후관계는 묘연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작품은 몸과 공간이 주고받는 영향을 환기시킵니다. 몸을 둘러싼 공간은 제약이지만, 때로는 몸을 확장할 수 있는 사투의 현장이라는 것을요.
센가 넨구디의 '라푼젤'(1981)
2023년 센가 넨구디는 현대 조각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셔상(Nasher Prize)을 수상했습니다. 1970년대 인종과 여성주의 등 사회운동이 활발하던 시기 예술계에서도 정치적 색채를 전면에 띤 작품이 즐비했습니다. 그 가운데 그녀의 작품은 ‘정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받았죠. 하지만 그녀는 자신 몸을 현장으로 삼아 감각을 치열하게 탐구했습니다. 작가명 센가 넨구디는 ‘듣는 자’와 ‘권력을 잡은 전통 치료사’라는 뜻. 그녀의 작품은 자신의 소리에 정직하게 헌신할 때 닿을 수 있는 치유감을 선사합니다.
Editor. 성민지
Image. Senga Nengudi, Dia Art Found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