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에 관심 있다면, 지금 팔로우해야 할 아트 인플루언서 SNS 계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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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인플루언서는 이제 스타 연예인만큼이나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예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트 인플루언서는 예술계의 다양한 소식을 자신만의 방식과 관점으로 전하며 아트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 아트 컬렉팅과 아트테크가 주목을 받으면서 아트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예술에 흥미가 있다면 주목해야 할 아트 인플루언서의 SNS 계정을 소개합니다.



MZ세대를 위한 예술 기획자

@artdrunk

(좌) 세계 각국의 전시를 다양한 비주얼로 기록하는 게리 예의 인스타그램 (출처: 게리 예 인스타그램 @artdrunk)
(우) 게리 예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작품을 감상하고 남긴 인스타그램 게시물

미디어 회사 아트드렁크의 대표인 게리 예(Gary Yeh)는 ‘당신의 예술 가이드(Your guide to art)’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예술의 가치를 전합니다. 동시에 SNS 팔로워 수가 11만 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아트 인플루언서이기도 하죠.


그는웹사이트(artdrunk.com)에 뉴욕, 런던 그리고 서울의 전시회 소식을 주기적으로 소개하고, 자신이 주목한 관람 포인트를 함께 기록합니다. 세 도시 중 한 곳이 서울이라는 점도 놀라운데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행에 민감하고 대중의 관심이 쉽게 편중되는 국내 아트 시장의 성향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예리한 관찰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게리 예의 인스타그램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바로 지금 일어나는 전시의 작품이 걸립니다. 마치 가상 세계에 세운 갤러리와도 같죠. 그곳에서 그는 기획자(큐레이터)이자 기록자(아키비스트)이며, 비평가(리뷰어)입니다. 또한 단순히 전시를 리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 비디오 등 아름다운 비주얼 콘텐츠로 담아내며 MZ 세대의 큐레이터십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미술계 대표 밈 메이커

@jerrygogosian

제리 고고시안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아트 업계의 사건과 이슈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밈으로 가득하다. (출처: 사진 제리 고고시안 인스타그램 @jerrygogosian)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술계의 이면에는 까다롭고 폐쇄적이라는 속성이 자리합니다. 외부에서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은 내부에 속한 이들에게 특권 의식을 심어주기도 하죠. 이러한 세계를 재치 있게 풍자하는 여러 밈으로 잘 알려진 계정이 있습니다. 바로 제리 고고시안(Jerry Gogosian)입니다.


그의 드립력은 미술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가고시안 갤러리의 설립자이자 최고의 아트 딜러로 꼽히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에서 따온 이름에서부터 느껴집니다. 계정의 주인이자 갤러리스트,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힐데 린 헬펜슈타인(Hilde Lynn Helphenstein)은 제리 고고시안을 자신의 아바타로 소개하며,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분야를 알리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 말합니다.


대개의 밈이 그러하듯 제리 고고시안의 게시물은 때로는 뼈 때리는 패러디로, 때로는 위트 있는 유머로 숨겨져 있던, 혹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업계의 이면을 드러냅니다. 그의 유머가 잠깐의 웃음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예술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색이 있기 때문이겠죠.

gogosian.com



거침없는 비평 속에 담긴 무한 애정

@jerrysaltz

(좌)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작품 'The mother'에 대한 제리 살츠의 리뷰 게시물 (출처: 제리 살츠 인스타그램 @jerrysaltz)
(우) 예술가를 향한 조언이 담긴 제리 살츠의 트위터 게시물 (출처: 제리 살츠 인스타그램 @jerrysaltz)

매거진 <뉴욕>의 수석 미술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베스트셀러 『예술가가 되는 법』의 저자, 2018년 퓰리처상 비평 부문 수상…, 줄줄이 이어지는 약력을 듣다 보면 성공한 미술계 거물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하지만 프로필의 주인공인 제리 살츠는 사실 오랫동안 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예술가로 살았고, 40세 무렵 미술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며 뒤늦게 글꽃을 피운 인물입니다. 여성 예술가, LGBTQ 등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던 인물을 조명하며 이제는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의 비평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문체, 시원시원한 비판과 적재적소의 유머 감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문장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이러한 모습을 두고 《뉴욕 타임스》의 미술기자 조에 리스카치(Zoë Lescaze)는 “예술계가 가족이라면, 살츠는 화가 많은 삼촌과도 같다”며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개성 넘치는 글력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예술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부지런히 업로드하고 전시를 리뷰하며 그가 주목하는 작품과 작가를 소개합니다. 그 속에는 예술가를 향한 조언과 응원이 가득해 경쾌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잘 짜인 콘텐츠가 주는 즐거움

@brettgorvy

작품 사진과 그에 어울리는 한 편의 시를 업로드해 자신의 감상을 소개하는 브렛 고비의 인스타그램 피드 (출처: 브렛 고비 인스타그램 @brettgorvy)

브렛 고비(Brett Paul Gorvy)는 영국의 아트 딜러이자 갤러리 LGDR의 공동 설립자입니다. LGDR은 뉴욕과 런던, 파리, 홍콩에서 활동하는 유명 갤러리스트 4인이 모여 설립한 갤러리입니다. 2022년에는 프리즈 서울에 참가해 작가 조엘 메슬러(Joel Mesler)가 LA의 코리아 타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회화 12점을 선보였고, 첫날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그는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파워 인스타그래머이기도 합니다. 전시에서 관람한 작품과 그에 대한 감상이 잘 드러나는 시를 발췌해 함께 엮어낸 게시물을 꾸준히 업로드하는데요. 잘 기획된 형식과 내용 덕분에 매 게시물이 마치 한 편의 콘텐츠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함께 게재하는 귀여운 이모지에 담긴 의미를 살피는 재미도 있습니다.

lgdr.com



세계 최고 큐레이터의 온라인 큐레이션

@hansulrichobrist

(좌)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추모하며 업로드한 게시물 (출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인스타그램 @hansulrichobrist)
(중, 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작가 하종현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찍은 사진과 작가가 남긴 메시지 (출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인스타그램 @hansulrichobrist)


게리 예와 제리 고고시안이 예술계에 새롭게 등장하는 유형이라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손꼽히는, 완성형 인물입니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공동 디렉터인 그는 베를린 비엔날레(1998), 리옹 비엔날레(2007),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08)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해 왔고, 세계적인 큐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 『Ways of Curating: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에는 그가 만나는 예술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합니다. 작가의 작업실이나 전시회를 방문해 함께 나눈 시간을 기록하고, 작가가 메모지에 손수 쓴 글귀를 소개합니다. 작가의 고유한 필체로 쓰인 메시지와 작업실의 모습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게시물 중에는 뉴욕 티나킴 갤러리에서 열렸던 하종현의 개인전 <Return to Color>와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기록, 작가의 글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인플루언서의 SNS에는 각자의 전문성, 통찰력도 가득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도 예술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트 컬렉팅이 소수 계층이 향유하는 취미에서 새로운 즐길 거리로 변모하는 지금, 아트 신에 대한 사색과 사랑이 듬뿍 담긴 콘텐츠를 바탕으로 각자만의 시각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