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자브릴 부케나이시, 불명확한 형태와 불안정한 색조가 말하는 것
잠 못 드는 밤, 꿈결 같은 그림
: 자브릴 부케나이시, 불명확한 형태와 불안정한 색조가 말하는 것
2023년 이우환 아를과 메종 겔랑의 제1회 예술환경상을 수상한 자브릴 부케나이시(@djabril.boukhenaissi). 그의 그림은 네거티브 필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필름은 빛과 어둠이 반대라 형상을 온전히 알아보기는 힘든데요. 자브릴의 그림은 필름처럼 불명확한 형태와 불안정한 색조로 우리를 붙잡아 둡니다.
정보로서의 그림은 계속 ‘이건 뭐지?’하는 류의 질문을 일으킵니다. 대상은 무엇이고 메시지는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유도하죠. 자브릴의 그림은 그러한 반응과 멀리 있습니다. 늪을 닮은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본다기보다 몸을 담근다는 표현이 어울리는데요. 작가는 오케스트라 곡을 쓰듯 판화와 유화 각각의 특색을 절묘하게 조화시킵니다. 유화 물감이 발린 면적 가장자리에 파스텔을 올려 먼저 먹인 유화와 파스텔 사이에 간극을 만들죠. 두 층은 맞물리거나 벌어지면서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가능한 기억과 모호한 기억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합니다.
(좌) 자브릴 부케나이시, Camélia, Huile sur toile & pastel, 160x120cm, 2019
(우) 자브릴 부케나이시, La Porte, huile et pastel sur toile, 195 x 130 cm, 2024
그는 밤을 다룬 문학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밤을 위한 시』,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가 대표적입니다. 둘 다 밤을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이자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와 접촉하는 시간으로 봤습니다. 나아가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에 등장하는 야행성 나방은 그의 그림에 직접 존재를 드러냅니다. 울프가 ‘나방’을 빛을 향해 어지러이 춤추는 존재로 그려낸 점을 떠올리면, 그의 그림 속 나방은 욕망을 따라 움직이는 우리 인간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자브릴은 100여 년 전 작품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어 지금의 잠 못 드는 밤을 비판합니다. 과연 오늘날 같은 장소에 선다면 이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묻죠. 작가에 따르면 우리는 24시간 세상을 훤히 밝힌 빛으로 인해 어둠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들을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침대 위 스마트폰 속 세상엔 주목받길 원하는 뉴스와 인물이 가득합니다. 번뜩이는 내용과 포장은 우리가 그를 포착하게 하지만, 금세 떠나게도 합니다. 발견만이 목적인 정보는 취득되자마자 목적을 상실하니까요.
(좌) 자브릴 부케나이시, Cheval à Zingaro, Huile sur toile & pastel, 160x120cm, 2018
(우) 자브릴 부케나이시, Enfance, Huile sur toile & pastel, 2020
자브릴의 그림은 윤곽은 모호하고, 형체는 어렴풋합니다. 단숨에 잡히지 않는 것은 우리를 한없이 체류하게 합니다. 한병철 철학자는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미는 순간적인 광휘가 아니라 나중에야 나타나는 고요한 빛’이라고 표현했는데요.(1) 미란 ‘현상하기를 망설이는’ ‘은신처’라고도 적었죠.(2) 꿈결을 더듬듯 헤매게 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그의 그림은 턱을 괸 채 침잠하게 하는 감각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Editor. 성민지
Image. 자브릴 부케나이시 작가 사이트
-인용 (1) 한병철『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역, 문학과지성사 (2016), 110쪽 (2) 같은 책 46,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