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재료의 본질을 파괴하는 '오브젝트 메이커' 김희찬
쓸모 없으나 매혹적인 오브젝트
흥미로운 작가를 발견했습니다. 2024 #로에베재단(@loewefoundation) 공예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김희찬(@heechan_kim_art) 작가인데요. 텍스처는 분명 ‘나무’인데, 그 형상은 마치 발아하는 세포처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합니다. 스스로를 ‘오브젝트 메이커(Object Maker)’라고 이름 짓는 김희찬 작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까요?
김희찬 <#16> 42 × 32 × 32 inches, 2023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혁신적인 작품을 선정해 공예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 그곳에서 처음 마주한 김희찬 작가의 작품 ‘#16’에서 기능적인 디자인보다는 재료의 물성과 형태 자체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돋보입니다. 작가는 금속과 나무 등 익숙한 재료를 다루지만, 마치 스스로 성장하는 듯한 생명력을 띠고 있어 그 존재감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우주의 질서를 따라 자연이 만들어낸 무질서한 입체, 박테리아가 퍼져가는 형상이나 세포가 분열하며 생성하는 구조 등 유기적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재료의 한계’를 돌파해 그것을 구현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통적인 공예 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기능적 목적을 초월한 조형적 실험을 이어 나가죠.
제8회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희찬 <#9> 49 × 38 × 36 inches, 2012
덕분에 김희찬의 창조물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오브젝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가가 ‘기능’이 아닌 ‘기법’에 집중하기 때문인데요. 그는 나무와 금속이 본래 가진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며 조형의 가능성을 확장하죠. 나무는 곧고 단단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개념을 과감히 무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는 단순한 구조재가 아니라 유기적인 조형 언어로 변화하죠. 단단한 금속 또한 실타래처럼 유연한 선으로 활용되면서, 이질적인 두 재료가 서로 엮이며 새로운 존재가 탄생합니다.
김희찬 <#17> 16 × 15 × 8 inches, 2024
그래서 김희찬의 작업은 ‘쓸모없음’으로 오히려 ’재료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기에 유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재료의 무궁무진함을 증명하는 실험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작업 방식이 김희찬의 ‘오브젝트 메이커’라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형식과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물성 자체만을 탐구하는 수행은 재료 본연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냅니다. 이러한 태도는 조각과 공예,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오브젝트 그 자체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죠.
김희찬 작가
그가 만들어낸 ‘쓸모없는’ 조각들은 오히려 재료가 품고 있는 새로운 쓰임과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며, 더 나아가 물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기능을 배제한 작업이 오히려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는 과정이 되는 지금, 김희찬의 조각이 제시할 미래의 조형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김희찬, LOEWE FOUNDATION, Charles Burnand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