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지구 반대편의 소리를 전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유리 스즈키
전 세계의 소리를 한 곳에서 듣는다면
: 지구 반대편의 소리를 전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유리 스즈키
그런 얘기 들어보셨나요? 지금 세상엔 청자가 부족하다고요. 모두가 개성 넘치는 매력쟁이인 시대,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이들만 넘쳐납니다. 하지만 사운드 아티스트 유리 스즈키(@yurisuzukilondon)의 작품 앞에선 누구나 먼저 청자의 포지션을 취하게 되는데요.
올해 10월 5일까지 런던 캠튼 아트 프로젝트에서 전시되는 작품 ‘UTOOTO’는 배관처럼 연결된 파이프와 그 끝에 설치된 알록달록한 나팔이 눈에 띕니다. 해당 작품은 월트 디즈니가 생전에 발표한 도시 계획 프로젝트 ‘내일의 커뮤니티에 대한 실험적 프로토타입(EPCOT,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의 원안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누구나 빈곤 없이 도시의 서비스를 누리고, 유의미한 노동으로 다시 사회에 기여하는, 도시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이 담겨 있죠.
유리 스즈키의 'UTOOTO'
서로 다른 높낮이, 모듈화된 구조는 언제든 기존 형태를 해체하고 조립할 수 있게 하는데요. 관객은 동시다발적으로 나팔에 귀를 대고, 다시 소리를 내게 됩니다. 파이프를 재조립해도 좋고요. 이는 상호작용이라는 단어를 단박에 떠오르게 합니다.
상업적 제품도 작가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대표적 예로 일본 가구 회사 E&Y와 협력해 만든 앰비언트 머신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던 코로나 시기 만들어졌는데요. 기기에는 종소리, 파도소리, 새소리 같은 여러 풍경에서 추출한 음원 8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우쿨렐레 소리, 짐바브웨 쇼나족이 연주하던 악기 에코 칼림바 소리 등도 옵션으로 포함됐고요. 볼륨과 속도 등을 조작해 다채로운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들 소리는 어떤 식으로 조합하든 서로를 해치지 않고 오케스트라처럼 공명하도록 설계되었죠. 음향 기기이자 악기 앞에서 사용자는 집안의 백색 소음을 연출하는 DJ로 거듭나게 됩니다.
유리 스즈키가 일본 가구 회사 E&Y와 협력해 만든 앰비언트 머신
‘지구의 소리 세 번째 장(Sound Of The Earth Chapter: 3)’은 시청각을 동원해 ‘이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작가를 지원하는 구글의 예술 지원금을 받아 인터랙티브 웹사이트와 물리적 작품을 결합해 지구 곡면을 감싼 면면에 각 지역 거주자들이 제출한 소리를 담았습니다. 작품에 귀를 대면, 당장 닿지도 보이지도 않는 팔레스타인 어딘가의 소리를 듣게 되는 식입니다. 이 같은 접근은 글로벌 세계가 와해되고, 전쟁이 터지고, 이질적 대상에 대한 편견이 앞서는 요즘 같은 때 더 큰 의미로 다가오죠.
유리 스즈키의 지구의 소리 세 번째 장(Sound Of The Earth Chapter: 3)
그의 작품에서 소리는 주변과의 조응에서 출발하고, 완성됩니다. 그의 작품 안에서 관객은 소리에 심취하고, 다시 소리를 내고,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습니다. 그렇게 한 자리에 머무는 관객의 모습은 지금 필요한 한 사람의 모습을 빚어내고 말죠.
Editor. 성민지
Image. 유리 스즈키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