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학습 장애를 가진 네나 칼루, 영국 터너상 수상
장애는 결핍이 아닌 감각이다
: 학습 장애를 가진 네나 칼루, 영국 터너상 수상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네나칼루(Nnena Kalu)가 터너상을 수상했습니다. 학습장애를 가진 예술가로는 터너상 역사상 최초인데요. 이 한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수상 그 이상입니다. 그동안 주변부로 밀려났던,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의 작업이 동시대 미술의 중심으로 진입했다는 선언이니까요.
1966년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칼루는 런던의 액션스페이스(ActionSpace)에서 오랫동안 레지던트 작가로 활동해 왔습니다.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을 지원해 온 이 단체와의 긴 동행은, 예술가 개인의 천재성뿐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 결과를 만드는지 보여주죠.
칼루의 작업은 천, 로프, 테이프, 비닐, VHS 테이프 같은 일상 재료를 반복해서 감고 겹쳐 고치 같은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큰 종이 위에 소용돌이치는 선을 끝없이 그어 내리는 대형 추상 드로잉을 선보이죠. 같은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행위가 작업의 핵심인데, 자폐 및 학습장애와 연결된 리듬과 집중, 감각의 과잉 경험을 그만의 언어로 조직해 나간 결과물입니다. 작품은 단순히 완성된 오브제가 아니라, 작가의 신체 감각이 물질화된 흔적으로 읽힙니다.
(좌) 네나 칼루, Hanging Sculpture 1 to 10
(우) 네나 칼루 ‘Turner Prize 2025’ 전경
2024년 바르셀로나 마니페스타 15의 폐발전소 공간을 가득 채운 설치작업 «Hanging Sculpture 110»과 리버풀 워커 미술관 그룹전에서의 발표가 이번 수상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업이 표현적 제스처를 생생한 추상 조각과 드로잉으로 번역하는 독창성, 스케일과 구성, 색채에 대한 감각, 그리고 전시장 안에서 만들어내는 강한 물리적 존재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복잡한 작가 노트 없이도 감각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힘이 있었죠.
이번 수상은 장애를 가진 예술가들의 작업을 치료나 복지 영역의 부수적 실천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본류를 이루는 형식 실험으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뉴로다이버전트 특성이 ’단점‘이 아니라 독창적 조형 언어의 원천으로 인정받으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이분법을 전제로 한 기존 평가 체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요. 값싼 일상 재료를 끝까지 밀어붙여 강렬한 조형 효과를 만들어내는 그의 작업은, 고급 재료와 저급 재료의 위계를 흐립니다.
(좌) Humber Street Gallery에서 선보인 네나 칼루 개인전 "Wrapping" 전경
(우) 네나 칼루
2025년 터너상 수상 장소가 영국 문화도시 브래드퍼드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런던 중심 엘리트 제도에서 벗어나 지역, 장애, 이주 배경 등 기존 제도에서 주변으로 분류되던 정체성을 적극 포섭하려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니까요. 칼루의 수상으로 미술 제도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장애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분리되던 작업들은 더 이상 별도 카테고리가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중심에 자리한다는 것을요.
Image. PA Images, Arcadia Missa Gallery, Action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