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의 활기, 이대로 계속될까?

트렌드


국내 미술시장, 이대로 쭉 1조원까지 간다고?


요즘, 들려오는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소식… 흔들리는 세계 경제가 일상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지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미술시장의 활기가 계속될지 의문이 듭니다. 적어도 정점에서는 내려오고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끄덕일 거예요. 이런 시기엔 자연스럽게 미술품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요.


그래도 올가을의 핫한 소식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어요. 바로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시장 이벤트!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의 공동 개최 소식이요. 한국 미술시장에 기대를 걸게 하는 행사지만, 악화되는 경제 상황을 전하는 뉴스들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안목이 아닐까요? 마음을 다잡고, 올해의 시장 흐름과 트렌드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재정비 시간을 가져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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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트부산 행사장 내 모습.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북적였다.



매진, 완판…와글와글 아트페어!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상반기에 개최된 주요 6개 아트페어(화랑미술제, bama, 더프리뷰, 아트부산, 조형아트서울, 아트페어대구, 울산국제아트페어)의 판매금액은 모두 작년 대비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총 방문객은 36만 6000명으로 지난해 전체 방문객(21만 1000명)보다 72.0% 증가했고요. 화랑미술제는 RM을 비롯해 소지섭, 소유진, 김나영, 박정민 등의 셀럽들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관심을 모았어요.


흥미로운 것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 매진 소식이었습니다. 아트부산에선 88년생 이희준 작가의 300~4000만 원대 회화 7점이 오픈하자마자 5분 만에 매진되었어요. 같은 행사에서 84년생 김희수 작가의 드로잉과 유화 121점으로만 부스를 꾸린 한 갤러리는 3시간 만에 완판을 알렸고요.


김희수 작가는 RM이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던 작가입니다. 둘째 날부터는 작품 이미지만 보여주고 예약을 받는 방식으로, 실물 없이 50점 이상을 추가 판매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구매자들도 젊은 층이었는데요, 주로 40대 이하였다고 해요. 김희수 외에도 85년생 엄유정, 92년생 김둥지 작가 등이 'RM이 눈여겨보는’ 이들인데요, 모두 문의가 굉장했다고 합니다.


이희준 작품 _작가 홈페이지


이희준 작가 작품 / 사진 작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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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에서 김희수 작가의 드로잉과 유화 121점으로만 부스를 꾸린 갤러리 애프터눈은 오픈 3시간 만에 완판했고, 둘째 날부터는 작품 이미지만으로 50점 이상 예약 판매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 사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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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엄유정 작가 작품 / 사진 학고재 디자인

(우) 김둥지 작가 작품 / 사진 작가 홈페이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국내 젊은 작가들


경매시장에서도 젊은 작가들이 젊은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콰야, 김희수, 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청신 등의 젊은 작가들은 경매 시장에서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났어요. 올해 청신 작가는 64점이 출품되어 100% 낙찰되었어요. 작년에 비해 작품 판매 수의 변화가 두 배 이상으로 눈에 띄게 보이는 작가들은, 콰야(37→63점), 이슬로(7→32점), 리오지 (8→24점)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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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콰야 작가 작품 / 사진 콰야 인스타그램 @qwaya_

(중) 리오지 작가 작품 / 사진 CDA 갤러리

(우) 리오지 작가 작품 / 사진 리오지 홈페이지


경매시장의 자료를 보면, 50작품 이상 출품한 작가 42명 중에 90% 이상 낙찰률을 기록한 1~5위가 모두 젊은 작가들입니다. 상반기 국내 경매 회사 출품 총 작가 수는 2,506명이었는데, 이 중 436명은 최근 3년간 출품 기록이 없는 신규 진입 작가였다고 합니다. 80% 이상이 국내 작가였고요. 기존 경매의 가격 책정 방식과 달리 0원에서 시작하는 ‘제로베이스’ 등의 기획 경매가 신규 진입하는 젊은 컬렉터들에게 문턱을 낮춘 결과이기도 하겠죠.



온라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


MZ 세대가 주를 이루는 새로운 컬렉터층의 등장은 작년부터 관심을 모았는데요, 온라인에 익숙해 작가 정보나 가격을 스스로 분석하고, 취향을 적극 반영한 컬렉팅 성향을 보입니다. 분할투자나 NFT에도 친숙한 세대이고요. 이들의 활약으로 이전보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고, 서비스도 더욱 안정화되었습니다.


해외 아트 플랫폼 아트시에 따르면, 새로운 컬렉터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격의 투명성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아트시에서도 가격 공개 캠페인을 진행했고, 80% 가까운 작품들이 가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문의 건수가 6배나 많아졌대요. 미술품의 온라인 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의 영향력 하면! 인스타그램을 빼놓을 수 없죠. MZ 세대의 대표적 인플루언서인 BTS의 RM이 갔던 전시나 그가 관심 가지는 작가는 계속 주목받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아트페어의 ‘완판’ 사례를 보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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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RM이 SNS로 공유하는 전시나 작품 사진은 MZ세대 컬렉터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 사진 BTS RM 인스타그램 @rkive



새로운 컬렉터에 대한 기대와 우려


MZ 세대 컬렉터들의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아요. 아트 바젤과 스위스 금융사 UBS가 매년 공동으로 발행하는 미술시장 보고서인 ‘UBS 아트 바젤 리포트’의 올해 분석에 따르면, Z 세대 컬렉터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중 미술품의 비율이 30%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한 MZ 세대 컬렉터 층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그들이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까지 이어진다면, 현재 미술시장의 큰손을 이루는 베이비 부머 세대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보일지 몰라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컬렉터들이 지나치게 자산 가치만을 따지며 단기간 시세차익에 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고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과 우려도 있어요. 기존 컬렉터들이 지키고자 하는 문화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거든요. 차근차근 쌓은 안목과 믿음으로 시장의 매너를 형성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 성장시키기도 하는 부분이요.


하지만 요즘 새로운 컬렉터들에게는 그들의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컬렉터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보뿐 아니라 컬렉팅 철학을 교류하고 매너를 배우는 등의 노력이 있어요. 미래의 큰손이 될 MZ 세대 컬렉터 네트워킹이 건강하게 이어져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일상 속에 들어온 아트 컬렉팅


갤러리나 대규모 아트페어 외에, 이제는 일상 속에서도 캐주얼하게 미술품을 구매할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유통업계의 움직임을 상반기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어요. 주요 백화점들이 온∙오프라인 미술 전시와 갤러리를 운영하고, 크고 작은 아트페어를 직접 열기도 하며 본격적으로 미술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본점, 잠실점, 동탄점, 광주점 등 6개 점포에서 미술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잠실점에서 열렸던 김참새 작가의 개인전에서는 오픈 3일 만에 작품의 절반이 판매되었고, 동탄점의 신진 작가 전시에서 이슬로 작가 작품은 전시 시작과 함께 완판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제는 백화점 내 전시장 디스플레이 수준이 여느 고급 갤러리 못지않답니다. 앞으로도 미술품 구매가 일상 속 쇼핑으로 더 크게 자리 잡을 전망이에요.


김참새


(좌) 김참새 작가 작품 / 사진 롯데백화점

(우)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진행된 김참새 작가의 개인전 전시 전경 / 사진 롯데백화점



더 글로벌해지는 한국 미술시장


작년에 이어 해외 갤러리의 한국 진출은 올해도 이어졌는데요, 미국의 글래드스톤 갤러리, 독일의 페레스 프로젝트, 중국의 탕컨템포러리 등 해외 주요 갤러리의 한국 지점 오픈은 세계 미술시장이 한국 미술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신호일 것입니다.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기존 중국, 홍콩으로부터 한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가 또 있는데요, 아트바젤 UBS 리포트에 따르면 전후 현대미술 경매 시장점유율에서 그동안 ‘기타’ 국가로 다른 곳들과 묶여서 분류되었던 한국이 올해는 5위(2%)로 기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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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지점을 연 글래드스톤 갤러리 / 사진 연합뉴스


그리고 무엇보다, 하반기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있죠!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는 굉장히 권위 있는 행사입니다. 게다가 서울 개최는 아시아 첫 진출이라는 이례적인 결정입니다. 상하이, 홍콩 등의 도시를 제치고 서울이 선택된 이유는, 한국 경제 상황과 미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겠죠.


또한 프리즈는 전 세계 컬렉터와 미술 기관 관계자가 모이는 교류의 장입니다. 때문에 한국 미술과 문화를 알릴 기회이기도 해요. 시장의 반응도 궁금하지만 행사가 어떤 눈 호강을 선사할지도 기대됩니다. '키아프 서울'에는 17개 국가에서 164개 갤러리, '프리즈 서울'에는 20개 국가에서 110개 갤러리로 총 350개 갤러리가 모입니다. 프리즈 홈페이지에 참여 갤러리 리스트가 공개되어 있으니 미리 살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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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 이미지 / 사진 FRIEZE



그렇다면, 미술시장의 상승세 계속 이어질까? 


지난 한 해 미술시장 총규모는 9,157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812억 원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성장했어요.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상반기 미술시장 규모는 약 5천329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9월에 열릴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을 포함해 하반기 시장까지 생각하면 올해 국내 미술시장 사상 최초로 규모 1조 원을 넘기지 않을까 진단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국제 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미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있습니다. 미술시장이 아무리 그만의 룰이 있다지만 역시 경제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 상반기까지 숨 가쁘게 이루어졌던 미술시장 성장세가 이제는 한풀 꺾이고, 상승하더라도 완만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컬렉터로서는 최근 가파르게 규모가 커진 만큼 검증되지 않은 작품들이 무분별하게 투기성으로 거래되고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과열되는 구매 경쟁은 언제나 위험해 보이고요. 미술시장의 핫한 소식과, 세계 경제 적신호 사이에서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이럴 때일수록 불안정한 투기보다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멀리 보는 컬렉팅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고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