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100년 넘게 사랑 받는 가구 디자인 5



#미드센츄리모던이라는 바람이 대한민국 곳곳에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특히 의자 디자인은 그 시절 향수가 여전히 짙게 남아 반세기가 넘도록 이렇다 할 혁신이 없었는데요. 이는 그때의 디자인 피스들이 그만큼 쉽사리 뛰어넘을 수 없는 역사적 성과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수많은 디자이너 틈에서 장인이라는 칭호가 아쉬울 정도의 몇몇 거장이 선보였던 ‘시대를 장식한 의자 디자인’을 소개하는 것으로, 미드센츄리 모던의 결정적 순간들을 시대순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① '키아바리 체어'와 ② 셰이커 가구 디자인




주세페 가에타노 데스칼지의 키아바리 체어


먼저,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주세페 가에타노 데스칼지(Giuseppe Gaetano Descalzi, b.1767-1855)의 손에서 탄생한 ‘키아바리 체어’가 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디자인으로 모던 체어의 실용적인 미감을 제시한 선례로 손꼽히죠. 아이가 들어올 릴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성인이 사용해도 충분히 튼튼한, 곧 유럽 전 지역을 물들이며 ‘캄파니나(Campanina)', '레제라(Leggera)'라는 애칭으로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게 됩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미국 종교 공동체인 셰이커(Shaker)가 선보인 가구 디자인 역시 재료와 기능의 효율성을 중시하며 현대 가구의 면모를 제시했는데요.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직관적인 구조를 뽐내는 셰이커 체어는 수많은 컬렉터가 그 원형을 쫓을 만큼 기념비적인 디자인 피스가 되었죠.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등장한 키아바리와 셰이커, 빈티지 가구 열풍에 따라 부쩍 언급되기 시작한 두 양식은 전통 가구와 현대 가구의 분기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③ 미하엘 토넷의 No.14




미하엘 토넷의 No.14



19세기 중후반, 오스트리아 디자이너 미하엘 토넷(Michael Thonet, b.1767-1855)은 목재를 증기에 찌운 후 구부리는 ‘벤트우드’ 기술을 최초로 적용한 의자, ‘No.14’을 소개하며 원목 의자의 산업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토넷의 No.14은 일명 ‘카페 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량 생산된 최초의 가구로 평가받고 있죠. 이 의자는 가볍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쉽게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어 가구 산업에 대량생산 체계를 도입하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했죠.



④ 알바 알토의 '스툴 60'




알바 알토의 스툴 60



20세기 초, 핀란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Alvar Aalto, b.1898-1976)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90도에 가까운 과감한 곡선을 구현하면서 또 한 번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는데요. 그의 대표작인 ‘스툴 60’은 L-leg 시스템(두 목대 끝을 잘게 잘라내 교차시킨 후 구부리는 기술)을 적용해 전에 없던 미니멀한 스툴의 등장이었죠. 스툴을 구성하는 요소는 오로지 좌판 1개와 구부러진 다리 3개, 나무의 따스함과 현대적인 구조의 조화가 돋보이는 북유럽 디자인의 시작이었습니다.



⑤ 임스 부부의 라운지 체어




임스 라운드 체어


20세기 디자인사를 관통하는 임스 부부(Charles & Ray Eames)는 ‘성형 합판’이라는 기술을 극대화하여 의자 디자인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임스 부부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군수물자(부목) 제작 경험을 통해 성형 합판 기술을 고도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디자인 피스를 여럿 선보였습니다. 특히 임스 라운지 체어는 편안함과 실용성, 조형적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해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거머쥐었으며,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죠.


키아바리와 셰이커의 선구적 역할, 토넷의 대량 생산화, 알바 알토의 미니멀리즘, 임스 부부의 아이코닉한 혁신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의자들은 현대 가구 디자인사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며 그 성장을 견인해 왔습니다. 오늘날 역시 진보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인체 공학과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어쩐지 우리의 눈과 손은 미드센츄리 모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한 세기가 넘도록 바래지 않는 그 단단한 가치를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창작자로서 알 수 없는 사명감이 지펴집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Eames office, Design-museum, Alvar Aalto


#GiuseppeGaetanoDescalzi #Campanina #Leggera #MichaelThonet #CharlesRayEames

추천 콘텐츠

트렌드

PS 2026 컬렉션에 담긴 이케아의 새로운 문법

#이케아(@ikea)가 최근 ‘PS 2026 컬렉션’을 공개했습니다. 공기를 주입하면 형태가 완성되는 소파부터 접히고 꺾이고 흔들리는 가구까지, 총 40여 종이 넘는 디자인은 모두 하나의 질문을 향한 유쾌한 답변이었죠.

트렌드

파격적인 기괴함 탑 뮤비 속 비밀

#오징어게임 의 미술감독 #채경선 이 #탑(@ttt)의 뮤직비디오 ’완전미쳤어!(Studio54)‘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와 아티스트 뮤직비디오라는 전혀 다른 두 매체가 같은 손에서 빚어진 것이죠.

트렌드

마르지엘라가 유출됐다

최근 #메종마르지엘라(@maisonmargiela)가 공개한 ’메종마르지엘라/폴더(MaisonMargiela/folders)‘프로젝트는 패션 하우스가 고수해 온 신비주의를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드롭박스 링크 하나로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이 디지털 폴더에는 아카이브와 내부 작업 문서, 심지어는 쇼를 위한 상하이 출국 스케줄까지 포함되어 있죠.

트렌드

K-팝의 소재가 된 아리랑, BTS

민중의 노래가 브랜드가 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BTS(@bts.bighitofficial)의 정규 5집 ’ARIRANG‘이 오는 3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공개됩니다. 군복무를 마친 완전체의 귀환이라는 서사, 190개국 넷플릭스 생중계, 도심 전체를 무대로 삼은 공연. 모든 조건이 ’역사적 순간‘을 향해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바라보며 자꾸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무대는 누구의 것인가.

트렌드

알고 보면 현대미술, 블랙핑크 뮤비 분석

#블랙핑크(@blackpinkofficial)가 약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습니다. 미니 3집 [DEADLINE]의 타이틀곡 ’GO‘ 뮤직비디오는 그 제목처럼 앞을 향해 나아가는 영상인데요.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를 현대미술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단순한 연출 이상의 이야기가 읽힙니다.

트렌드

질리지 않는 가구로 증명하는 디자인 듀오, 프로마판타스마

‘지속 가능성’은 질리는 표현입니다. 어떤 브랜드에서는 그저 마케팅으로 쓰이고, 그렇기에 소비자에게는 이미 철 지난 유행처럼 들립니다.

트렌드

MoMA 옆에 놓인 60년 된 한국 조명

60년 된 전구 회사가 어떻게 MZ세대의 힙한 조명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일광전구(@ilkwdesign)는 ‘국내 마지막 백열전구 제조사’라는 헤리티지를 무기로, 낡은 기술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재해석해 냈습니다.

트렌드

테클라에 담긴 건축적 공간감과 예술적 조형미

북유럽 홈 텍스타일 브랜드 #테클라(@teklafabrics)를 들여다보면 묘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침구나 수건처럼 일상적인 아이템이 왜 이토록 조형적일까요. 2017년 코펜하겐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창업자 찰리 헤딘(Charlie Hedin)의 독특한 이력에서 출발합니다. 스웨덴 국가대표 요트 선수였던 그는 여러 도시를 이사하며 자신이 진심으로 사고 싶은 홈 텍스타일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죠.